보험대리점 등 대면채널 활성화아운바운드 줄이고 갱신·관리 총력방카슈랑스 앞세운 NH농협생명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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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텔레마케팅(TM) 영업 환경이 나빠지자 보험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 텔레마케팅(TM) 영업 환경이 나빠지자 보험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정보유출 사태 여파로 텔레마케팅(TM) 영업 환경이 나빠지자 보험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보험대리점 등 대면채널의 영향력이 커지고, 보험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갱신·관리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생명보험 업계에 실적 순위에는 대격변이 왔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달부터 금융사들의 TM 영업 제약이 심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영업 가이드라인'에는 금융사들이 영업을 목적으로 문자·이메일·전화통화 등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인정보 마케팅활용 동의를 받은 고객이나 기존계약의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보험영업 목적으로 전화 통화(아웃바운드)할 경우, 횟수는 보험사, 보험대리점별로 1일 1회 이내로 제한된다.


    ◇ 보험대리점 등 대면채널 반사이익

    비대면채널이 직격탄을 맞자 다른 채널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판매채널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통한 대면채널과 텔레마케터를 활용한 비대면채널(TM), 은행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보험 판매대리점(GA)이 있다.

    이 중 보험대리점의 성장세가 주목할만 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법인 대리점 4400여개, 개인 대리점 3만개 가량이 영업 중이다. 글로벌에셋코리아, 프라임에셋 같은 대형GA의 경우 소속 설계사만 1만명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에셋코리아의 월납초회보험료는 21억7000만원이었다. 라이나생명(27억원), 동부생명(20억원), 하나생명(20억원) 등 보험사와 비교해 결코 밀리지 않는 수치다.

    월납초회보험료란 매월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내기로 한 보험계약의 첫 달 보험료를 뜻한다. 보험 판매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로 쓰인다.

    2007년에는 손해보험 신규계약 중 11%, 생명보험 신규계약 중 8.5%가 보험대리점을 통해 이뤄졌지만 2012년에는 손보 계약의 23.5%, 생보 계약의 16.6%가 GA에서 이뤄졌다.

    국내 보험사들도 대세로 떠오른 GA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1월 28일 자회사형 보험대리점인 '동부금융서비스'를 설립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최근 자회사형 보험대리점인 '미래에셋 금융서비스'를 설립했다.

    메리츠화재(2009년 12월 설립), AIG손해보험(2012년 7월), 라이나생명(2012년 10월) 등도 자회사형 보험대리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 "기존 고객이라도 유지하라"

    보험사들은 TM을 통한 신규 고객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진만큼, 기존 고객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손보사는 아웃바운드(불특정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것) 상담원 인원을 줄이고 갱신·관리에 집중하는 등 콜센터 개편에 나섰다. 카드 사태 직후 아웃바운드 인원을 대거 인바운드(고객에게 문의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로 전환하기도 했다.

    기존 보험 갱신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올해 2월 기준 삼성화재 등 7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갱신율은 78.4%를 기록했다. 갱신율은 2012년 70.9%, 2013년 72.6%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TM 영업은 고객에게 전화해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막히자 보험사들은 갱신 영업에 집중했다"며 "비대면채널이 어려워지자 오히려 갱신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방카슈랑스 힘입은 농협생명, 빅3 체제 위협

    TM 채널이 어려워지자 보험업계의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오고 있다. 대면채널인 방카슈랑스에 강점을 갖고 있는 NH농협생명은 생명보험업계 '빅3 체제'를 흔들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3월 청약기준 월납 초회보험료 신계약(가마감) 수치는 △삼성생명 317억2000만원 △농협생명 273억7000만원 △한화생명 175억8000만원 △교보생명 141억9000만원 순이었다.

    삼성생명과 함께 ‘빅3’로 불리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을 제친 것이다.

    농협생명의 신계약 실적은 당국의 TM 영업 제한 조치가 시작된 1월 78억9000만원, 2월 111억8000만원, 3월 273억7000만원으로 매달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월 생보업계의 TM 신계약 실적은 49억4000만원으로, 전달 95억8000만원보다 48.4% 급감했다.

    농협생명은 전국에 퍼져있는 농협금융 영업점의 방카슈랑스를 등에 업고 도약했다. 농협생명은 농·축협 단위조합 4500여개, 농협은행 지점 1100여개, 농협증권 5개 등 전국에 자사 보험상품을 팔 수 있는 방카슈랑스 채널이 5600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