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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원인에 대한 가설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사고 즈음의 사라졌던 항적도가 복원되면서 ‘의문의 급선회(변침 變針)' 이유들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어선을 피하려 했다거나 조타기가 고장 나 큰 각도로 급선회했다는 그간의 추측은 설득력을 잃은 반면 엔진고장에 따른 정전 등 선체결함과 조타 실수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라진 항적 복원...115도에서 45도로...
첫 조난 신고를 하기 7분 전부터 세월호에는 이미 이상 징후가 있었다.
애초 사고 다음날 해수부가 공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에 오른쪽으로 115도가량 급격하게 방향을 꺾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후 3분 36초간 항적도에서 사라졌던 세월호는 8시 52분 13초에 이번에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 채 다시 나타났다.사라졌던 3분 36초간의 묘연한 항적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해수부가 AIS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3분 36초간 기존에 알려진 'P턴' 형태의 115도 보다는 완만한 45도 정도의 'J'자 모양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근은 변침점(방향을 전환하는 지점)으로 통상 5~10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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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사고 선박이 115도가량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지자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선이나 암초 등 장애물을 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완만한 각도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장애물 때문에 급선회했다기보다는 승무원이 변침을 시도했는데 조타기 이상 등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의도보다 배가 더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변침을 하다 더 돌았을 수 있는데 전타(조타기를 최대로 꺾는 것)까지는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조타기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등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36초간 정전...엔진 멈춤복구 자료에 따르면 48분 37초에서 36초 뒤인 49분 13초에 다시 항적이 잡혔다. 48분 37초는 이상 징후가나타난 것으로 추정된 시각이다. 이 때 AIS가 정전으로 꺼졌다가 비상배터리로 복구된 것으로 추정된다. 49분 37초부터 49분 56초까지 19초간에는 오른쪽으로 45도 돌았다. 이후 20초간에는 22도를 돌아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선회했다.
세월호는 48분 37초까지 17노트로 정상 운항하다 49분 13초에는 15노트로 줄었으며 23초 뒤인 49분 37초에는 10노트로 떨어졌다. 이보다 39초 뒤에는 다시 5노트로 감소했다. 해수부는 이상징후가 나타난 48분 37초 이후 어느 시점에서 엔진이 멈춘 것으로 추정한다. 선박의 속도는 계속 감소해 51분 9초에는 3노트로 떨어졌다. 이때부터는 조류에 떠밀려 뱃머리가 남서쪽을 향한 채 북쪽으로 표류했다.
해수부는 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멈춰 있었던 36초간 짧은 정전 발생으로 선체 방향이 급격하게 전환돼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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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3등항해사 박모씨는 "조타수에게 오른쪽으로 5도 틀도록 요구했다"고 했고 조타수 조모씨도 "지시에 따라 5도만 틀려고 했는데 조타기가 더 돌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타기가 돌아간 상태에서 정전이 되면 키가 원래 상태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방향이 쏠렸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왜 정전이 일어났는지, 선체가 오른쪽으로 급선회한 이유가 이 정전 때문인지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을 인양한 다음 화물과 평형수의 적재 상태 등을 파악하고 정전 등에 따른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타기 고장과 과실세월호는 첫 급선회 때문에 엔진에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급선회 뒤 평균 시속 6㎞로 남서쪽으로약 400m를 떠내려갔다.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그러다 오전 8시52분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1.6㎞를 천천히 표류했다. 이렇게 두 번째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뚜렷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타장치가 고장 난 상태에서 선원이 일부러 배 방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사고원인으로 변침(變針)과 함께 왜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고 얼마나 각도를 변경했는지에 주목하면서 조타 과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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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부는 이미 조타 과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고당시 키를 잡았던 조타수 조모씨가 예전에도 급격하게 항로를 변경해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는 사실과 사고 2주 전에 세월호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있다는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사가 작성한 수리신청서에는 "운항중 'No Voltage(전압)'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 전원 복구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치 못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후 조타기 결함 부분에 대해 수리가 완료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