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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대학생 김지영(24)씨는 걱정이 앞선다. 탈스펙에 맞춰 평소 자신이 가고자하는 직종에 대한 공부는 물론 역사 등 인문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어려움은 따로 있다. 면접관 앞에 서기만 하면 긴장감에 말문이 막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탓이다. 주변 사람들 또한 평소 조용한 편인 지영씨 보다 공부는 좀 못해도 활달하고 말이 유창한 동기가 취업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영씨는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 스피킹 학원을 다닐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최근 채용에서 지원자의 자기표현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 조리 있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실제로 기업 10곳 중 9곳은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한 평가항목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303개사를 대상으로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반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89.4%가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평가에 반영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 중 85.6%는 스펙은 부족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스펙은 뛰어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해서 탈락시켰다는 응답도 78.6%였다. -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평가에 반영하는 이유로는 '직장인이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기 때문'(48.7%,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대인관계가 원만할 것 같아서'(39.9%), '업무상 필요한 능력이라서'(36.2%), '업무 능력도 뛰어날 것 같아서'(24.7%) 등의 이유를 들었다.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영업·영업관리'(27.7%) 분야 채용 시 가장 많이 봤다. 이어 '마케팅·홍보'(13.7%), '판매·서비스'(8.5%), '기획·전략'(6.6%), '회계·총무·인사'(6.6%)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에서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먼저 기업들은 언어적 요소로는 '표현력'(52%,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논리성'(42.1%), '솔직함'(38.7%), '설득력'(38.7%), '명료함'(35.1%), '간결함'(21%)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비언어적 요소로는 '말하고 듣는 태도'(63.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밖에 '얼굴 표정'(49.1%), '시선 처리'(41.3%), '자세'(37.6%), '발음'(25.8%), '말하는 속도'(17.3%), '목소리'(16.6%) 등이 있었다.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도 유리하다"라며 "대답을 할 때에는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 등을 숙지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기업의 인사팀 담당자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은 대부분 관련 업계 인턴 경험과 면접 때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함을 지닌 인재"라며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와 강하지만 결코 배척하지 않으며 성과 창출에 강한 의지를 갖춘 인재가 면접에 유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