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보다 명퇴 선택" 단일기업 사상 최다
특별 명퇴금에 2년치 연봉, 부서이동 사업합리화도 한 몫

황창규 KT 회장 취임 이후 임원 축소를 시작으로 예고된 명예퇴직이 '단일기업 사상 최다 인원'으로 지난 21일 조기 종료됐다. 

이번 특별 명퇴는 3만 2000여 명 KT 직원 중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시행됐다. 예상인원은 6000명 수준이었지만 이를 크게 넘는 8320명이 신청했다. 명퇴 신청자들은 23일 인사위원회를 거쳐 30일 퇴직한다. 

명퇴 신청자 평균 연령은 51세로 평균 재직기간은 26년이다. 연령별 비율은 50대 이상이 69%, 40대가 31%를 차지했다.

KT는 "이번 명퇴로 매년 약 7000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고비용 저효율의 인력구조를 효율화해 젊고 가벼운 조직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청자들이 모두 퇴직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직원 수는 현 3만2188명에서 2만3868명으로 약 74% 수준으로 감소한다. 또한 평균 연령도 현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진다.



  • ◆마지막 '특별' 기회사업합리화 따른 불안감 한 몫

    이번 사상 최다 명퇴 인원 신청이 몰린데에는 퇴직금 이외에도 퇴직전 급여의 2년치 수준의 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과 축소된 복지조건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KT는 특별명퇴 발표와 함께 복지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KT는 대학 학자금 지원을 폐지하고 복지포인트 일년에 한 번씩 연차에 따라 자동 지급되던 복지포인트도 성과 연동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임금 삭감이 불가피해 장기 근속자들에게는 근무 여건이 불리해진다. 

    당초 황 회장은 이번 특별 명퇴 결정과 함께 본사 일부 업무를 KT 계열사로 이관시키는 것에 대해 노조와 합의했다. 때문에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계열사로 이동해야 한다.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 개통, AS 및 플라자 업무가 는 KT M&S, KTIS, KTCS,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로 위탁된다. 

    이는 유선매출 급감 및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KT의 사업합리화 조치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9년에 비해 명퇴 인원이 늘어난 데에는 사업합리화 조치로 새로운 부서나 자회사로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KT 노조측 관계자 역시 "사업합리화로 인사이동이나 오랫 동안 해온 일이 아닌 직무 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힘든 회사 상황 속에서 이번 명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남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2003년의 5500명, 2009년의 6000여명 구조조정에 비해 파격적인 규모의 명퇴"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대규모 명퇴 신청 배경에는 삼성 특유의 조직 압박 및 장악력 혹은 KT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 물러나는 유선…무선 경쟁력 회복할까

    KT는 유선 사업으로 커온 회사인 만큼 유선 분야 인력이 많았다. 무선 사업이 뜨면서 KT는 2009년 이동통신 회사인 KTF와 합병했다. KT는 3만 5000여 명이 넘었고 이에 비해 KTF는 25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이동통신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유선 사업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에 당시 KT 수장인 이석채 전 회장은 특별 명예퇴직을 추진, 단일기업 사상 최다 인원을 감축했다. 

    이는 공룡KT를 슬림화 해 매출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축소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2010년 유선 사업 수익은 4조3458억원에서 매년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조9794억원으로 급감했다. 

    때문에 KT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바라볼 것이 없는 유선 사업 쪽의 많은 인원들을 감축하고 무선 사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 이번 명퇴를 단행한 것이다.

    특별 명퇴 발표 당시 KT 관계자는 "전화국 시절 뽑은 인원이 아직 많다"며 "현재 KT의 핸디캡은 매출이 줄고 있는 유선분야 인력이 많다는 것과 관리유지보수를 하는 인원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T가 성장발전하기엔 인건비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경쟁사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직원을 합한 5500여 명, LG유플러스 6500여 명에 비해서는 아직은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사상 최다 명퇴에도 불구하고 KT 직원은 2만명이 넘는다.

    이제 황창규 회장에게 남은 것은 명퇴가 남긴 흔적을 이동통신 매출 증대로 지우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아무래도 명퇴 신청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현재를 극복하고 실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특별 명퇴에 1조2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올해까지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무선 사업에서의 매출 회복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오는 27일부터는 KT 단독 영업이 시작된다. 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잃었던 가입자들을 되찾고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사진 = KT,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