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따로 또 같이' 수펙스委, 한화=비상체제로 3억弗 조달
CJ, 그룹경영委 발족후 제일제당 주가 10.4% 올라
효성·태광='독립경영' 주력해 외풍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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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이 업계 예상과 달리 이건희 회장의 입원에도 경영상 견조함을 보이고 있다. 수뇌부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비상경영체제도 가동치 않고 있다.

     

    계열사들도 평소와 같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75개, 임직원 42만명의 거대 조직인 삼성그룹의 저력과 위기 극복 시스템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미래전략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이끌고 있고 계열사들은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가 정상화로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 등 그동안 묻혀 있던 난제 해결에까지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3대 사업부인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DS(부품) 부문별로 차질없이 국내외 생산·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와 건강문제 등으로 오너리스크를 겪고 있는 대기업들이 저마다 나름의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의 수펙스, 한화의 비상경영위원회, CJ의 그룹경영위원회, 효성의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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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따로 또 같이' 수펙스위원회

    SK는 최태원 회장의 횡령 등 혐의로 작년 1월 법정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1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시장은 오너 공백의 장기화로 SK그룹이 당분간 험로를 걸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바탕으로 문제없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Super Excellent'의 합성어인 수펙스는 목표치를 최대한 높게 설정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설을 핵심으로 하는 SK의 경영기법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C&C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모임이다.

     

    전략·글로벌성장·커뮤니케이션·윤리경영·인재육성·동반성장 등 6개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SK는 2004년 양대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도입한 뒤 2013년 새로운 3.0 운영체계를 본격 적용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도 협의회에 넘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1월부터 3.0 체제를 도입했고, 그달 31일 최 회장이 구속됐다"면서 "이후 오너 형제가 나란히 실형을 받았지만 선제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덕분에 큰 혼란을 피했다"고 말했다.

     

    ◇한화=비상체제로 3억弗 조달

    한화그룹은 건강을 회복중인 김승연 회장의 빈자리를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굳건히 메우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났다가 이달 2일 귀국해 현재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당뇨, 우울증 등을 앓아왔다.

     

    한화는 현재 비상경영위가 주축이 돼 대규모 투자와 신규 사업계획 수립, 주요 임원인사 등 주요 결정을 맡고 있고 계열사 CEO들은 계열사별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최근 한화L&C는 건자재 사업부문 매각 추진을 발표했고, 한화케미칼은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해 3억40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또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 이어 차남인 김동원씨가 최근 한화L&C 소속으로 그룹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조만간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뒤 일선 경영에 복귀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 직에서 물러났지만 최대 주주로서 그룹 경영에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주가 1년 전보다 오히려 10.4% 올라

    CJ그룹은 작년 7월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이미경 부회장과 지주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으로 인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사실상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CJ는 그룹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의 주요 현안을 심의, 결정하고 중장기 성장전략 및 사회기여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CJ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그룹경영위원회에는 현재 손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달 두 차례 이상 열리는 회의에서 일상적인 업무나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계열사 차원에서 CEO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CEO들이 소신 있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또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매월 한차례 모이는 CEO 경영회의와 함께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 30여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구성했다.

     

    업계는 CJ그룹의 이 같은 '시스템 경영'이 이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표 상장주인 CJ제일제당의 주가도 이 회장 구속 이후 큰 출렁임 없이 32만7000원(15일 종가)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0.4% 올랐다.

     

    ◇ 효성·태광=우리는 '독립경영'

    효성은 79세인 조석래 회장은 고령인 데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상이 심해진 데다 올해 초 전립선암까지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외환위기 때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감추고자 10년여간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올 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는 조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후계자 경쟁 끝에 지난해 회사를 등진 뒤 보유했던 그룹 지주회사 ㈜효성 지분 7%를 전량 처분하는 바람에 오너의 지배력 약화를 초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효성의 선택은 그룹 전체의 비상경영체제 전환이었다.

     

    특히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 외적인 변수로 인한 충격을 줄이는 데 치중했다. 또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 임원의 출근 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기고, 비용 10% 절감과 매출 10% 확대를 목표로 하는 '미니맥스1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3세 경영을 책임질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중심으로 틈틈이 자사주를 사들여 지배구조를 안정시켜나가고 있다.

     

    태광그룹에도 회장 리스크가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빈자리는 심재혁 태광산업 부회장이 메우고 있다. 심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이 구속된 2012년 10월부터 태광그룹을 총괄해왔다.

     

    1972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심 부회장은 LG 회장실 전무, LG텔레콤 부사장,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 레드캡투어 사장을 지내는 등 주로 LG 계열사에 몸담아왔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재임 시절에도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했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시설투자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 판단을 받고 3년째 병원에 누워 있다. 간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수술을 받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 항소심 심리 도중 보석 허가를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