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기던 야구 중계 방송중 확인... 이재용 부회장 "11연승 선수단에게 감사"
자극에 대한 반응 빠른 호전... "인지 기능 회복 가능성 높아"


급성심근경색으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회복세에 있는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혼수상태 회복과정에서 눈을 번쩍 뜨는 반응 등을 보이면서 이 회장의 병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3회 이승엽 선수가 3점 홈런을 터뜨리는 순간 병실 내 떠들썩한 분위기에 잠시 눈을 번쩍 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 일반 병실로 옮긴 이 회장의 곁에 주말을 맞은 가족들이 그의 곁을 지키며 일어난 일이다. 이 회장이 평소 야구를 좋아하던 터라 가족들은 야구 중계방송을 틀어 놓고 있었다는 것.

최근 10연승을 달리던 삼성은 3회에 무려 8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11점을 내는 파상공세를 펼쳤고 그 마지막을 이승엽이 3점 홈런으로 장식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승엽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 중계방송의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떠들썩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한 차례 눈을 크게떴다.

현재 의식을 모두 되찾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도 이따금씩 눈을 살짝 뜨는 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는 게 삼성서울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날 이건희 회장의 반응에 대해 기뻐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임원을 통해 구단의 김인 사장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며 "요즘 열심히 잘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 사장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코치진을 포함한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이번 소식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의를 전달했다.

이 회장이 반응에 이승엽 선수는 "야구 선수로서 굉장히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물론, 이 회장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이 눈을 뜬 것과 관련 의료전문가들은 '인지기능을 모두 회복했다 말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일단 의식 회복 첫 단계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노태호 순환기내과 교수는 "외부자극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식 회복의 첫 단계를 지난 상황"이라며 "눈을 뜬 건 생명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고 이런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견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병원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 역시 "눈을 뜬다든지, 하품을 한다든지, 입맛을 다시는 등의 행동은 의식 회복으로 가는 대표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눈을 떴다고 해서 인지기능 회복 여부를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 회장이 일부 의식을 회복한 만큼, 의식 유지 및 인지 기능 회복을 위한 처치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상적으로 뇌졸증을 앓았던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후 자극에 대한 반응 치료, 걷기와 같은 재활 치료를 병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회장도 이와 유사한 치료를 받을 예정인 것.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진정치료를 중단한 후 이번 주에 몇 차례에 걸쳐 자극에 반응을 했다"면서 "의식은 돌아왔지만 앞으로 인지기능을 위해 검사나 치료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식 회복 후에도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는 상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잠이 들었다고 해서 이전처럼 혼수상태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켜 자택 근처에 있는 순천향대학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11일 오전 2시께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시술 직후부터 13일 오후 2시께까지 약 60시간에 걸쳐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12일 오전에는 심폐 보조기 에크모(ECMO)를 제거했다. 

저체온 치료는 인체조직에 혈류공급이 재개되면 활성화 산서 등 조직에 해로운 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체온을 32~33℃로 낮춰 세포 대사를 떨어지게 함으로써 뇌·장기 등의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요법이다.

의료진은 이 회장이 고령인데다 지병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의식 회복을 서두르기보다는 심장과 뇌가 최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할 전망이다. 

한편, 이 회장 곁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지키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자녀들이 수시로 병원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