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따른 사명 변경
오너 애착 '제일모직' 명칭 살릴 듯



상장 예정인 삼성에버랜드가 내달 1일 사명을 변경을 앞두고 이건희 회장의 애착이 남다른 '제일모직'의 명칭을 어떻게 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삼성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패션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으며, 내달 1일부로 삼성 SDI에 흡수 합병됨에 따라 사명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에버랜드의 사명에 기존 ‘제일모직’ 명칭을 활용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54년 삼성물산, 제일제당에 이어 섬유사업에 도전하며 세운 세 번째 회사다. 회사 설립연도 순으로는 세 번째 계열사지만 그룹의 실질적인 모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에버랜드는 리조트 및 놀이동산 브랜드로만 유지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일모직이 현 에버랜드의 사업을 모두 담기엔 사업 규모도 작은데다 업종 간 특성 차이가 큰 까닭에 ‘삼성제일모직’, ‘제일모직-에버랜드’ 등의 안을 놓고 명칭을 어떻게 활용할지 최종 점검 중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 관계자는 “제일모직은 삼성의 뿌리와도 같은 모태기업으로 절대 이름이 사라지면 안된다는 게 내부적 판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완료되는 다음달 1일에 맞춰 제일모직을 활용해 삼성에버랜드 사명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에버랜드라는 이름 역시 패션이나 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을 포괄하기에는 성격이 맞지 않아 전반적으로 총괄할만한 사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제일모직을 넣어 바꾸게 된다면 이번이 3번째 사명 변경이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1963년 12월 동화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이후 1967년 동화부동산은 중앙개발로 상호를 변경했고, 1997년 1월 중앙개발은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제일모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며, 1987년 사망 전까지 등기이사를 맡을 만큼 애정을 각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