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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65·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이외에 추가적인 재무 지원 없이 내년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 70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현재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이미 예정돼 있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말고 더 놀랄 일(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올 4월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이르면 내년, 길게는 3년 안에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와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462%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 12월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S-Oil) 지분 28.41%를 약 2조200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진은 에쓰오일 1대주주인 아람코와 지분 매각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에쓰오일 지분 매각 계획은 '난항'에 직면했다. 한때 17만원을(2011.4.25 기준) 상회하며 보유기간 중 약 43% 수익률을 기록한 '알짜배기'수익원이었던 에쓰-오일 지분은, 정유업황 부진으로 당기순이익이 해를 거듭하며 하락, 지난해 12월 7만3000대의 주가가 최근 5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람코는 최근 주가 하락을 감안해 현재 주가에서 약간 웃돈을 얹어 1조원 후반대에 매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진그룹은 최초 주가 액인 2조2000억원대에 매각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011년 4월 25일(17만원) 기준,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주식 가치는 5조4000억원이 넘었지만, 최근 주가가 떨어져 매입당시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서로 생각하는 갭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아람코가 제시하는 매입금액이 낮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진해운이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유조선 1척을 투입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간 192만t 규모의 원유 수송 사업 진출하면서 사실상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은 이번 IATA 총회에서 IATA 핵심 기구인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으로 선임됐다. IATA의 SPC는 IATA의 주요 전략 및 정책 방향을 실질적으로 수립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전세계 항공사의 최고 경영자들로 구성된 총 31명의 집행위원회(BOG) 위원들 중 총회를 통해 선출된 11명의 핵심 위원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