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계 숙원사업 출범…새 사업 없고 아직도 타당성 논의만입법 추진 의원 사퇴·야권 견제 가능성…법정기구화도 난항 우려
  • ▲ 한복 입은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 한복 입은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과 한류에 힘입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복진흥센터(센터)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기구화를 위한 제도화도 입법 추진을 주도했던 의원이 6·4지방선거로 국회를 떠나면서 추진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복계 숙원사업 출범…지리한 사업 타당성 논의만


    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류와 박 대통령의 관심으로 시선을 끌었던 센터가 지난 3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기관으로 출범했다.


    한복계 숙원이었던 센터는 △한복의 체계적인 연구 △전문 인력 양성 △상품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정보·기술·교육·컨설팅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올해 예산은 총 15억원으로 문체부는 각종 사업을 통해 전통 계승·발전과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체부가 수립한 센터 사업이 새로울 게 없는 데다 예산까지 배정받고도 아직 사업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어 센터 운영이 주먹구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체부는 올해 센터 핵심사업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한복 교육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착용법이나 한복의 아름다움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복 대중화를 위한 디자인 경진대회와 민간단체사업 지원, 10월 한복의 날 지정도 문체부가 밝힌 올해 주요 사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사업이 센터 출범 이전부터 있었던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문체부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전시성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 대상 교육은 지금도 전국의 학생 수련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복 입기나 전통예절 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만큼 예산 중복 투자라는 견해다.


    민간단체사업 지원도 준비 부족으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문체부는 한복 관련 단체의 우수 사업 발굴을 위해 외국에서 열리는 한복 패션쇼나 전시회에 대해 사업비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외국 패션쇼, 전시회 관련 정보나 자료 수집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대전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전국구 한복 디자이너 권진순씨가 프랑스 파리에 이어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활동무대를 넓히며 제2회 케이-패션전을 성공리에 마쳐 화제가 됐지만, 문체부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한복의 날 지정도 새로울 게 없기는 마찬가지.


    문체부는 10월에 한복의 날을 지정, 운영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새누리당 김기현 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한복진흥 관련법에 이미 들어 있던 내용이다. 제정안에는 매월 첫째 토요일을 한복의 날로 지정한다고 돼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대통령 관심에 떠밀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단 사업비부터 따내고 보자는 식의 주먹구구 행정을 펼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입법 발의 의원 국회 떠나고 야권 견제도…법정기구화 낙관 어려워


    센터의 법정기구화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복진흥 관련법은 지난해 김 전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6·4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후보로 나와 당선되면서 법안을 추진하던 주체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야권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복 지원사업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했던 한식 세계화 사업처럼 소모적 전시성 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추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한복 지원사업이 한식 세계화 사업처럼 전시성 행사에 돈을 쏟아붓고 성과는 내지 못하면서 정권의 치적으로 포장되는 전철을 밟지 않게 신중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효과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추진이 더뎌 주먹구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사업을 체계적으로 다듬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법안과 관련해선 "대표발의한 의원이 없는 상황이지만, 의원·부처 간 견해차가 크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연내 법안이 통과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