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간항공기구 ICAO 등 'LOC-I' 관련 훈련 규정 추가 박차
  • ▲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0년간 항공기 인명 사고 원인으로 'LOC-I'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잉사 'Statistical Summary of Commercial Jet Airplane Accidents' 2013
    ▲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0년간 항공기 인명 사고 원인으로 'LOC-I'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잉사 'Statistical Summary of Commercial Jet Airplane Accidents' 2013

    최근 국내 항공업계가 안전관리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LOC-I'가 항공기 추락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LOC-I'(Loss of Control in Flight)는 조종사가 조종능력을 상실하거나 의도한 대로 항공기가 조종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샌프란시스코 발생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후 국토교통부는 김포 메이필드 호텔에서 '2014년 저비용항공사 안전증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박세진 대한항공 기장은 "LOC-I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항공기 인명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나면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이에 국제민간항공기구인 ICAO 등에서 LOC-I와 관련된 훈련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LOC-I의 원인은 크게 보면 '업셋'(UPSET)과 '스톨'(Stall) 두 가지로 나뉜다. 업셋은 항공기의 부적절한 속도와 외부 온도가 -10도 미만, 뱅크(Bank) 45도 이상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말한다. 스톨은 항공기의 양력 상실 상태를 뜻한다.

    현재 국내외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시뮬레이터는 '네거티브 트레이닝'(Negative Training)으로 진행 중이다. 즉, 실제 항공기가 풀 스톨(Full Stall)이 걸리게 될 경우 몇 천 피트씩 뚝 뚝 떨어져 조종사가 이를 회복하기 어렵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풀 스톨 시 피치(Pitch) 부분을 낮춰주기만 해도 회복이 쉽다. 조종사가 실제 비상상황에서 착각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

    단적으로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447편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이 항공기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도중 대서양 해역에서 조난 신호를 보낸 뒤 실종됐다.

    당시 사고기 기장은 "여객기가 이륙한지 4시간 후 폭풍우를 만났고, 여객기에서 전기장애가 발생했다."는 자동메시지를 보내 사고 원인은 블랙박스를 해독하기 직전인 2년 동안 난기류로 인한 기체 전기손상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사고 원인은 부기장의 조종미숙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항공사고국(BEA)은 당시 AF447기 추락사건 보고서를 통해 속도계측에 사용되는 피토관이 얼어 자동조종장치(오토파일럿)가 작동되지 않는 위기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회피조작과는 '정반대의 조작'을 해 추락하게 됐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당시 에어프랑스 447편이 3만피트 상공에서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30초였다. 시뮬레이터 훈련이 정작 긴박한 비상상황에서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이에 미국 연방항공청(FAA) 및 ICAO는 조종사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네거티브 트레이닝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상황과 가까운 충격 훈련을 통해 단순 조종기술 향상 훈련이 아닌, 전반적인 기량 향상 훈련을 하도록 각종 규정을 변경 및 개정하고 있다.

    이런 훈련을 위해서는 시뮬레이터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비용과 시간상의 문제가 있다. 박세진 대한항공 기장은 "현재 시뮬레이터 제작 업체에서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 안 한 상태이기도 하고 기계 값만 몇 백억씩 된다." 며 "시뮬레이터 1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입할 경우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FAA가 전세계 항공사에 2019년까지 도입을 권고하며 5년이라는 장시간의 준비 기간을 준 이유도 거기에 있다.

    ICAO의 경우 항공사에 2가지 훈련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충격(Scenario Base+Competency)훈련과 CBT(Competency Based Training)이다.

    시나리오 기반 충격 훈련은 단순 조종기술 향상 훈련이 아닌 '운항승무원간 의사소통(CRM)'을 포함한 비행과 연관된 전반적인 기량 향상 훈련을 의미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조종사의 대처 능력을 높인다.

    항공사에 생소할 수 있는 CBT 훈련 방식은 훈련 항목별로 단순한 조종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 아닌 조종사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핵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역량은 ▲절차수행 ▲수동 비행 기량 ▲자동 비행 기량 ▲의사소통 승무원 협동 ▲의사결정 ▲상황인식 ▲계획 및 업무분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