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한·일 어업협상이 결렬돼 7월1일부터 우리나라 어선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이 금지된다.
정부는 어장이 우리 EEZ에서 형성되는 8월 중순까지는 다소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협상 주도권을 우리가 쥘 수 있는 만큼 협상 타결에는 문제가 없다는 전망이다.
◇어업협상 결렬…30일 자정까지 일본 EEZ 벗어나야
해양수산부는 25~27일 사흘간 서울에서 한·일 고위급 어업협상을 열고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2014년 어기를 맞아 총입어 규모와 조업조건 등을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30일 밝혔다.
한·일 양국은 올해 협상에서 △양국의 총 입어규모와 어획할당량 △우리 연승어업 조업조건 완화 및 일본 선망어업 조업조건 강화 △GPS 항적기록보존조업 시행 △일본 선망어선 톤수 규모 증대 허용 △동해 중간수역에서 교대조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 측은 연승어업의 조업조건 완화와 함께 갈치 할당량을 지난해 2100톤에서 8000톤으로 증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본 선망어업에 대한 할당량 축소와 조업금지수역 신설을 압박용 카드로 꺼냈지만, 일본 측은 일본수역에서의 조업마찰과 자원 감소를 이유로 할당량 축소를 제안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일본 측은 우리 수역에서 고등어를 잡는 135톤급 선망어선 32통(165척) 중 199톤급으로 증톤한 5척과 앞으로 199톤급으로 건조할 27척에 대해 우리 수역에서 영구적으로 조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어기에는 199톤급 3척이 허가를 받고 우리 수역에서 시험조업을 벌였다.
우리 측은 국내법상 고등어 자원보호를 위해 국내 선망어선의 총톤수 규모를 140톤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일본 측 요구를 거절했다.
강준석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조업 중인 우리어선 31통(165척)도 130톤급"이라며 "일본어선에 대하여만 199톤으로 본 조업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일본 측은 199톤 선망어선이 선원복지 공간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증톤된 것으로 기존 135톤보다 어획 강도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는 일본 측 증톤계획에 대해 일방적으로 허용해달라는 무리한 요구이고 필요한 복지공간이나 현대식 장비 등을 고려할 때 199톤급의 어획 강도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어장 북상하는 8월 중순까지 조업 차질 불가피…피해 규모는 작을 듯
우리 측은 협상 결렬에 따라 양국 어민이 중단없이 조업할 수 있게 2013년 어기에 준하는 잠정조업 시행을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우리 측은 지난해 어업협정에서 선망어업은 165척 3만4230톤, 연승어업은 206척 5521톤을 각각 일본 EEZ에서 어획할 수 있게 합의했었다.
올해 협상 결렬로 양국 EEZ에서 조업하는 상대국 어선은 30일 자정까지 자국 수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무허가 불법조업으로 단속선에 나포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어선은 선망어선이 일본 대마도 주변 어장에서 고등어를, 연승어선이 일본 동중국해 주변 어장에서 갈치를 각각 어획해 왔다.
주로 6~7월께는 고등어·갈치 등 어장이 일본 EEZ에서 형성되고 8월 중순 이후에는 우리 수역으로 북상한다.
현재 일본 EEZ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은 연승어선 23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우리 어선이 나포되지 않게 일본 EEZ 경계수역에 지도선 6척을 배치하고 수협과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30일 자정까지 어선들이 우리 수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며 "선망어선은 모두 철수했고 연승어선도 1시간 내 중간수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7월 중·하순께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할 계획으로, 이때까지 우리 어선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강 실장은 "법을 개정해 일본 199톤급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은 우리 어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망어선조합, 연승어선협회와 피해 정도에 대해 협의했고 1~2개월 조업 차질은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 EEZ 내 우리 측 주력 업종은 갈치인데 12월부터 다음 해 2~3월이 성어기여서 큰 타격은 없다"며 "우리가 일본에서 잡는 연간 갈치 어획량이 1800톤 규모인데 이미 상반기에 이 정도를 잡아 실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2년 어기 시점 3월→7월 조정…협상에 유리한 측면 있어
한·일 어업협상 전체 판도를 보면 2012년 이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유리한 측면에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2012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뻔했던 '담판전쟁' 이후 협상 국면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섰다는 것인데 핵심은 어기 설정이다.
2012년 이전 한·일 어업협상의 어기는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였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2012년 총 13번 협상을 거치면서 어기를 7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보통 협상이 2번쯤 진행되고서 타결됐던 관행에 비춰볼 때 협상이 난항을 겪은 셈이다.
강 실장은 "애초 어기는 주로 우리 어선이 일본 EEZ에 들어가 조업하는 시기로 협상이 장기화되면 우리가 불리한 구조였다"며 "이제는 6~7월쯤엔 어장이 일본 수역에서 형성되다 8월 중순 이후 우리 수역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 장기화 우려에 대해 "8월 중순 이후 어장이 북상하면 일본 정부가 고등어 선망어선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2012년 협상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때처럼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