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간금융지주 의무화' 우선 추진

퇴행 논란을 빚었던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 중점을 뒀던 공정위는 앞으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등 주요 입법과제 추진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선 대기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하기 위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가 본격 추진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올해 추진할 주요 입법 과제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중간금융지주 의무화를 꼽았다.

노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 개편 촉진 및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산복합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해소되고 금융·산업 분리를 전제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유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또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수급사업자에 중견기업 포함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설치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나머지 입법도 시기와 강도를 조절해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중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의 경우 대기업집단 금산분리 강화와 소유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은 소송 남발 우려 등을 고려해 추진하되 적용대상과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수급사업자에 중견기업을 포함하는 법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없도록 성장사다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설치'도 기금의 재원과 용도 등 세부방안을 7월중 확정해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입법에 총대를 메 온 공정위는 그동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전속고발제 폐지 △부당하도급 3배 손배제 확대 △중기조합에 납품단가조정협의권 부여 △불공정 하도급특약 금지 △가맹점주 권리강화 △표시광고법상 동의의결제 도입 등 8건의 관련 입법을 완료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노 위원장은 또 할부거래법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할부거래법의 경우 상조업체간 회원 양도시 변칙적 방법으로 선수금 보전 및 해약환급금 지급의무를 교묘히 회피하는 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며 "특히 관련법상 선수급 보전비율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상조업체가 선수급 보전의무를 이행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관련법은 선수금 보전비율을 매년 10% 포인트씩 상향 조정해 지난 3월부터 50%를 보전토록 하고 있다.

노대래 위원장은 또 "공기업 부당거래는 현장 직권조사로 처벌하고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과 담함행위 적발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공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계열사나 퇴직자 재직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와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말까지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공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필요시 관련 제도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노 위원장은 또 "대·중소기업 불공정관행도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부당한 판매 장려금 수취여부와 개정 하도급법·가맹사업법 준수여부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도 8월까지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도급 신고포상금 신설방안은 12월까지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조사결과 공개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