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재미는 기본+소음과 진동 최대 억제 눈길
  • ▲ 사진제공=현대차
    ▲ 사진제공=현대차

    디젤 엔진은 가솔린 대비 높은 연비를 자랑하며 다소 유지비가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운행 시 다소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반면 소음과 진동 역시 크게 전달된다는 단점도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겐 외면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BMW, 벤츠, 아우디 등 수입 프리미엄 업체들이 가솔린 못지 않은 정숙성을 자랑하는 디젤 차량들을 속속 선보이며 국내에도 디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에 안방마님 현대차가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심장에 'R2.2 E-VGT 클린 디젤 엔진'을 얹히며 수입 디젤차에 맞불을 놨다. 그랜저가 출시된 지 28년만의 일이며, 이로써 그랜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이어 디젤까지 풀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단점으로 지적되오던 소음과 진동도 현대차의 집약된 기술덕에 해결된 모습이다. 시승소감을 요약하자면 그랜저 디젤은 가솔린 모델의 뺨을 후려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잭니클라우스 GC에서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카페오라까지 왕복 약 160km에 달하는 거리를 그랜저 디젤과 함께 해봤다. 제2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제3경인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비교적 깔끔한 도로를 이용했다. 2명의 기자가 번갈아 시승했으며 가는 길은 철저한 주행성능에. 오는 길은 연비에 집중해 달렸다.

    차에 탑승해 엔진을 켜자 그랜저 디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조용했다. 흔들림도 적었다. 액셀을 밟고 잭니클라우스를 벗어나 송도 도심 서킷을 향했다. 도심서킷에서 개인적으로 슬라럼 테스트를 해봤는데 다소 흔들림이 있었다. 애초부터 레이싱을 목적으로 만든 차량이 아니고, 중장년층의 수요가 높은 차량인만큼 이해는 했지만 서스페션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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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현대차



    넓직한 도로에 들어서자 그랜저 디젤은 마음껏 자신의 장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스포츠모드로 맞추고 액셀을 시원하게 밟자, '에에엥'소리를 내며 묵직하게 달려나갔다. 그랜저 디젤은 디젤 특유의 묵직한 주행감각을 느끼게 하면서도, 조용했다. 흔들림도 적었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강력한 힘도 그대로 몸으로 전해졌다. 살짝만 밟아도 순식간에 속력이 100km를 넘어서며, '나 디젤이야'라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200km까지 밟아봐도 별다른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급제동 테스트를 해봤을 때는 차체가 왼쪽으로 살짝 쏠리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복귀하는 길에는 에코 모드로 시스템을 변경하고, 연비에 신경을 써봤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그랜저 디젤의 연비는 14km/ℓ다.

    비교적 넓은 대로를 달리고 신호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차량임에도 연비는 15km/ℓ가 나왔다. 복귀 직전 다시 한번 송도 도심 서킷에서 마구 밟고 멈춘 탓에 최종적으로는 13.8km/ℓ가 나왔으니 현대차가 제시한 연비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랜저 디젤의 가격은 3254만원~3494만원으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9일 사전계약에 들어가 20일 만에 1800대를 돌파한 상태다. 구태헌 현대차 국내판매전략팀 부장은 "디젤 라인업이 추가되며 그랜저의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며 "중장년층에 치우쳤던 수요층도 디젤 라인업이 공개되며 3040세대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