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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MK(정몽구 회장 영문애칭)는 박정인 사장 등 현대정공 당시 이사진을 서울 계동 현대차 본사 회의실로 긴급 소집했다. 자동차부품 전문업체로 탈바꿈하게 될 현대정공의 새로운 앞날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MK는 2개월 뒤 심혈을 기울였던 현대정공을 현대모비스로 개명하고 토요타도 긴장한 부품업체를 탄생시켰다.
갤로퍼의 신화를 만든 현대정공이 현대·기아자동차의 부품 공급업체라는 벽을 넘어 현대모비스라는 글로벌 부품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박정인 전 현대모비스 사장은 퇴임식에서 "현대모비스의 탄생은 자동차 산업 환경의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1998년 12월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병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력과 생산 능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2000년을 기점으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비밀병기로 새로운 역사를 써가며 13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6년내 업계 '글로벌 톱5' 진입이 목표다.
◇ 글로벌 톱5 향한 기술력 '올인'
당시 국내 부품업계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도 안되는 소규모였다. 때문에 자체 기술을 보유하기도 힘들었고, 경쟁력 또한 미천했다. 외환위기까지 겹쳐 전문업체인 만도와 한라공조가 외자계에 흡수합병되는 등 홍역을 앓고 있었던 시기라, 안정적인 부품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MK의 급선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정적 부품 공급은 결과적으로 완성차의 품질 경쟁력, 가격 경쟁력으로 직결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모비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1977년 7월 1일 자본금 2500만원으로 설립된 현대정공은 갤로퍼 성공이란 족적을 남긴 채 2000년 11월 1일 기점으로 현대차의 중추를 맡게 된다.
MK는 현대모비스는 초기 차량사업과 공작기계, 철도차량사업을 모두 분리하고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변신을 도모했다. 글로벌 부품회사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MK의 결단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모비스는 작년 세계 자동차부품 업계 6위 업체에 올랐다. 2012년에는 8위였다. 2006년 25위였지만 꾸준히 순위를 올려 2011년 10위로 처음 ‘톱10’에 들었다.
MK가 집요하게 이끈 체질개선 결과다. 2008년은 특별한 해로 기록됐다. 매출 13조8472억원과 영업이익 1조2143억원, 당기순이익 1조391억원을 기록하며, 197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1조 클럽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 도요타도 놀란 '모듈화' 승부수
현대모비스의 급성장에는 MK가 강하게 밀어붙인 모듈화 전략에 있다. MK는 현대차는 설계 개발 생산 부품조달 등 기존의 복합기능의 일부를 현대모비스에 맡기고 모듈화를 추진했다. 현대모비스 통폐합부터 현대차 구조개혁에 이르기까지 MK의 리더십은 절대적이었다.
모듈은 자동차 부품을 그 쓰임새에 따라 한 묶음으로 만든 것. MK의 이같은 전략은 토요타도 놀랄 정도다. 토요타는 덴소, 아이신, 고세이 등 부품사들이 계열사로 수직화 돼 있는데, 토요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투톱체제다. 두 머리 독수리처럼 그룹 전체를 통솔하고 있는 셈이다.
토요타는 '수비'라면 현대는 '공격'이다. MK는 제조방식을 한국적으로 재창조 한 것이다.
MK의 지시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2004년 광주 모듈공장을 마련해 프로트 엔드 모듈을, 같은 해 아산공장에선 운전석 모듈과 섀시 및 프로트 엔드 모듈을 생산했다.
당시 현대모비스가 모듈 생산에 도입한 방식은 완성차의 요구에 맞는 고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직서열 방식으로, 기존 토요타 생산방식인 JIT(Just In Time)보다 효율적이고 진화된 생산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듈화는 현대·기아차의 생산성은 물론 비용절감 및 품질향상을 이끌어 냈다.
2년전 베이징모터쇼에서 만난 현대모비스의 한 중국 사업파트너는 "모듈 시스템은 수익의 관점에서 보자면 불필요하다. 소비자의 다양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보다 다앙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상 시스템에는 현대모비스의 JIS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전했다. 즉 비용 절감보다는 품질 관리와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 MK는 모듈화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MK의 경영전략에 따라 세계적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했고, 현대·기아차가 세계 완성차 생산 5위라는 큰 족적을 남기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 -
◇ 핵심부품 세계로 뻗다
현대모비스는 이제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현지화 정책에 발맞춰 해외생산이 늘고 있는데다 GM BMW 등 북미‧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부터 잇따라 핵심부품을 수주하고 있다. 품질기준이 엄격한 자동차 산업에서 외연을 넓히면서 앞으로 다가올 첨단 기술중심의 지능형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최근 주요 고객을 보면 2009년 미국 제네럴모터스(GM)에 주차브레이크를 납품한데 이어 BMW와 폴크스바겐에 램프, 다임러에 지능형배터리센서(IBS)ㆍ오디오를, 이듬해 크라이슬러에 헤드램프와 차고센서, GM에 중앙통합스위치를 공급했다. 스바루ㆍ미쓰비시 등 일본 완성차업체에도 헤드ㆍ리어램프 등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도 증가도 증가이지만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는 점이 더 의미가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듈제품의 경우 단순조립형에서 벗어나 최적의 부품조립 단위 개발부터 품질까지 동시에 확보하는 기능통합형 모듈로 발전시켜왔다"며 "모듈에 적용되는 핵심부품인 에어백이나 지능형 브레이크시스템, 변속기 등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성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은 회사의 사업 다각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앞으로 전개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부품 기술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자동차 산업의 미래 첨단 전자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차량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 역시 이 같은 기술을 제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전자식 조향장치와 첨단 에어백 등 이미 경쟁력을 갖춘 부품 외에도 전장‧친환경부품 등 10여개 제품군을 따로 선정해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친환경자동차용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장윤경 현대모비스 상무는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구조로 체질을 개선해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현재 회사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완성차 메이커로의 수출비중도 2020년까지 2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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