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재등록금지기간 1.5년→5년 연장"재등록보다 신규등록 쉬워, 무늬만 퇴출"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등록기준을 자주 어긴 건설업체를 퇴출하기 위해 등록 말소 후 재등록금지기간을 현행보다 3배 이상 늘리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도 재등록에 대한 장점이 없어 신규 등록하는 처지 인데다 신규 등록이 재등록보다 요건을 갖추기가 쉬워 퇴출은커녕 되레 퇴출대상 건설업체의 업계 재진입을 유도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3년간 2번 이상 건설업 등록기준을 어긴 업체는 5년 동안 건설업 재등록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오는 11월 15일부터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등록이 말소된 건설업체의 재등록 금지 기간이 1년 6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연장되는 것이다. 즉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실상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겠다는 의미다.


    건설업 등록기준은 전문 기술인력과 자본금, 건설장비 등이다.


    건설업은 공장 등 생산설비가 있는 게 아니므로 임금이나 하도급대금 체불, 부실시공, 저품질 공사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본금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토목공사업은 법인은 7억원 이상, 개인은 14억원 이상 자본금을 유지해야 한다. 건축공사업은 법인 5억원 이상, 개인 10억원 이상이 등록기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 재등록금지기간을 5년으로 늘리면 사실상 재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3년간 두 차례 등록기준을 어겼다면 상당히 부실한 업체이고 재발 우려도 큰 만큼 퇴출해 업계를 건전하게 구조조정하자는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등록증 대여나 영업정지 위반 등으로 등록이 말소된 업체의 재등록금지기간은 이미 5년을 적용하고 있다"며 "5년 뒤 재등록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부실업체 퇴출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금도 1년 6개월을 기다렸다가 재등록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 수주를 위해 입찰에 참여할 때 최근 5년간 실적을 인정받기 때문에 영업정지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은 업체는 5년을 기다려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 신규 등록을 한다"며 "등록기준 미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재기간이 짧지만, 역시 신규로 등록하지 1년 6개월을 기다리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행정처분을 받아도 이미 수주한 사업은 계속 수행할 수 있는 데다 재등록해도 행정처분 기록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기 때문에 사업 수주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신규 법인으로 등록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신규 법인도 등록기준을 갖춰야 하는 건 매한가지지만, 재등록은 자본금과 부채 등 충족 요건이 복잡한 데 반해 신규 등록은 자본금 기준만 충족하면 돼 굳이 재등록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등록할 때 충족 요건이 더 까다로워서 건설협회에서도 신규 등록을 유도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부실 업체가 신규 법인으로 등록해도 조회하면 과거 법인의 행정처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엄밀히 말해 부실 업체 꼬리표는 유효한 셈이다.


    하지만 공공건축사업이 아닌 민간건축시장에서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계약 체결 업체의 과거 법인 행정처분 내용까지 조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부실 업체로 분류돼 등록이 말소돼도 신규 법인으로 탈바꿈해 영업을 계속하기 때문에 국토부 기대대로 등록기준을 어겼다고 퇴출 철퇴를 맞는 업체는 극히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도 재등록에 대한 장점이 없어 대부분 부실 업체가 신규 등록을 통해 새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고 있다"며 "과거 법인의 대표이사에게 문제가 있어도 바지사장을 내세우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