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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느긋한 삶을 추구하는 '킨포크'(Kinfolk) 열풍이 백화점 문화 강좌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작가·화가·농부·사진작가 등 40여 명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에서 시작했다.
본래 친척 등 가까운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지만 이 모임 이후로 텃밭에서 뜯은 식재료로 '착한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서로 공유하는 느긋한 삶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소박하지만 멋진 삶을 사는 킨포크의 이야기를 엮은 잡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 국내에서도 잡지와 단행본이 출간되면서 이러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24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킨포크 트렌드를 반영해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킨포크를 위한 강좌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가을 학기에 킨포크와 관련한 강좌를 작년보다 3배 이상 늘렸다. 구체적으로 본점·잠실점·영등포점·청량리점 등에서는 서울 근교 및 북촌 한옥을 둘러보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나들이' 강좌를 연다.
본점과 잠실점에서는 채소를 직접 가꿔서 먹을 수 있는 '베란다 채소밭 가꾸기' 강좌를 마련한다. 이와 함께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만드는 추억', 집밥을 주제로 한 '건강한 집밥 만들기'와 '가정식 이탈리안 파스타' 등의 강좌도 킨포크 족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홍영준 문화사업담당 매니저는 "올해 상반기에 사회적 이슈가 많았던 만큼 가을에는 소박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킨포크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건강한 요리를 위한 강좌를 준비한다. 음식 명인과 함께 식재료 산지를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듣고 건강한 밥상을 체험할 수 있는 강좌 10여 개를 새로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의 건강한 자연 밥상'과 '방랑 식객 임지호,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등이 신설된다. 또 가정식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쉽게 만드는 가정 요리'와 '파랑새 쿡의 가을철 저녁 밥상' 등의 강좌도 20여 개 새로 열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박하고 정성스런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킨포크 족의 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강좌를 준비했다"며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체험해 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여름 학기에 '여름을 이기는 팔도 진미'를 주제로 한 강좌를 개설해 운영했다. 대구의 매운 갈비찜과 납작 만두, 전주의 육회와 비빔밥, 춘천의 닭갈비, 막국수, 감자 옹심이 등의 조리법을 배워보는 강좌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무더위에 지친 가족을 위해 다양한 보양식 조리법을 배울 수 있는 강좌여서 수강 신청이 일찍 마감되는 등 수강생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