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업계가 올 여름도 마찬가지로 한달간 정기세일을 펼치고 있지만, 예년보다 더 늘어난 규모와 기간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잦은 세일이 도리어 소비자 구매력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백화점들의 정기세일 기간은 지난 27일부터 오는 27일까지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하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1년 중 80일에 달했던 정기세일이 최근 몇 년 사이엔 100여일로 늘어나며 잦은 세일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12년부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가라앉은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일 기간을 늘려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의 행사이지만, 규모 역시 작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일명 '10억 경품'이란 대규모 행사를 통해 1등 10억, 2등 1억, 3등 1000만원, 4등 400만원이라는 금액을 내걸었다. 10억원은 국내 경품 사상 최고액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액의 경품 행사 대신 여성캐주얼 의류 최대 80% 세일, 서머 골프 대전, 캠핑페어 등 많은 고객들에게 고루 혜택을 줄 수 있는 대형행사를 다채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백화점업계는 이와 같은 파격 경품 행사를 통해 재고소진 총력전을 펼침에도, 부진한 세일 실적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정기세일의 절반이 지난 약 2주간(6/27~7/10)의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은 롯데백화점 4.3%, 신세계 2.5, 현대 3.7%, 갤러리아 4% 신장에 그쳤다.
◇집객수만 늘고 실 구매액은 저조…제살 깎아먹는 세일 '그만'
SPA 시즌 오프 행사영향 받아
각 백화점 마다 판촉 프로모션을 집중하고 있어 집객 수는 늘었지만 실 구매객 수와 객단가는 그에 비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여름 정기세일을 시작하면서 내건 10억원 경품 행사에 고객 100만 명 이상이 몰렸지만 매출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업계가 4~5월의 성과부진으로 6월부터 밀어내기식 세일에 들어간 꼴"이라며 "길어진 기간만큼 소비자들이 느긋하게 움직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잦은 세일이 가격논란을 자초한 것"이라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세일 정책은 되려 유통의 건강을 해치는 격"이라며 "세일보다 각 브랜드들의 건전한 경쟁구도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감보다는 관련업계가 내수침체기에 들어선 것"이라며 "업계는 집객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큰 행사를 통해 불황을 헤쳐나가고 있다. 정기세일 이후엔 추석 특수를 겨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SPA 브랜드들의 시즌 오프 행사가 이와 맞물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패션업계의 침체기에도 승승장구하는 SPA브랜드들의 행사로 백화점 세일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것.
유니클로·자라·H&M의 해외브랜드부터 에잇세컨즈·스파오 등 국내 주요 SPA브랜드들은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품목별로 최대 50%할인 행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