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제3의 기관 맡겠다" 대립업계 "감정원, 경쟁법인 생살여탈권 쥐게 돼" 반발
  • ▲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을 빚은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을 빚은 한남더힐 전경.ⓒ국토교통부


    감정평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제3의 기관을 통해 감정평가법인을 추천받는 방식이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감정평가협회와 한국감정원이 서로 제3의 기관 역할을 맡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정평가업계는 감정원이 제3의 기관을 맡는 것은 경쟁 관계에 있는 대형 법인의 생살여탈권을 쥐는 것과 다름없다는 견해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월 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통해 감정평가시장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촉발된 협회와 감정원의 공방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협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6월부터 업계, 학계, 연구원, 관계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부실 감정평가 근절을 위한 대책반(대책반)을 꾸려 부실 감정평가에 대한 근절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남더힐' 사태로 촉발된 '고무줄 감정평가' 시스템의 평가기준과 의뢰방법 등에 관한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협회는 무엇보다 감정평가의 독립성 훼손이 부실 감정평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해결책으로 감정평가 의뢰체계 개선을 제안한 상태다.


    감정평가 의뢰인이 중립적인 제3의 기관으로부터 감정평가기관을 추천받아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협회는 그동안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법원행정처, 한국토지주택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경기 등 10여개 지방자치단체, 한국도로공사·SH공사 등 공공부문에 대해서만 감정평가기관 추천제를 운용해왔다.


    앞으로는 한남더힐 사례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일부 민간 임대아파트 감정평가업무도 추천제 대상으로 포함해 감정평가기관의 의뢰인 눈치 보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협회는 지난 4월 민간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대해서도 협회의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자체 사전심사·윤리규정을 이미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반도 의뢰방법 개선 필요성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평가기관이 평가업무를 하면서 의뢰자 의중에 따라 휘둘릴 개연성이 있다"며 "제3의 기관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와 감정원이 서로 제3의 기관 역할을 맡겠다며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의뢰체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협회는 2001년부터 추천제를 운용해온 노하우가 있고, 감정원을 비롯해 대형·중소법인과 감정평가사 사무소 회원을 모두 포함하는 비영리사단법인인 만큼 중립적으로 추천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감정원은 표면적으로는 제3의 기관 역할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감정원 관계자는 "일부 의원이 입법 발의한 감정평가 관련 법률에 감정평가업자 추천을 협회와 감정원이 할 수 있게 임의 규정을 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정부나 국회 방침이 결정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제안은 협회에서 먼저 했지만, 제3의 기관을 놓고 감정원도 자기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감정평가 업계에선 감정원이 제3의 기관 역할을 맡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정부가 대주주일 뿐 하는 일에서 대형 감정법인과 차이가 없는 감정원이 감정평가기관 추천·배정권을 갖는 것은 사실상 경쟁업체의 생살여탈권을 주는 것과 진배없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기관 추천과 관련, 감정원에 제3의 기관 역할을 맡기는 것은 감정원에 경쟁업체의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타당성 조사 권한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토부는 감정원을 통해 업계를 제어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아직 실무자 선에서 검토되고 있고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이해 관계가 복잡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