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카타우포스코, 5개월 만에 정상조업 달성…동남아 철강 주도권 잡아 민경준 법인장 "원가절감 핵심은 기술, 기술은 좋은 물건 싸게 만드는 것"

  • "포스코의 축적된 기술과 인도네시아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또 다른 성공신화를 창조하리라"

    15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00km 남짓 떨어진 찔레곤시. 이곳에서는 제2의 '영일만 신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영일만 신화'란 포스코, 과거의 포항제철이 고(告) 박태준 명예회장을 필두로 포항 영일만에서 전세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종합 일관제철소 건설을 보란듯이 성공시켰던 일화를 말한다.

  • 지난 1968년 철강 후발주자로 출발했던 포항제철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최고의 철강사로 발돋움했다. 바로 그 성공신화가 2014년 인도네시아 찔레곤의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이 손잡고 설립한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다. 이 곳에서는 120여명의 한국인과 2180여명의 인도네시아 현지인 등 총 2360명의 크라카타우포스코인들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태수 크라카타우포스코 대외협력부장은 "한국인, 인도네시아인 할 것 없이 전 임직원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 마음 한 뜻이 돼서 앞을 보고 나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제철소를 가동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가동 초기 단계라 당분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로매진할 계획"이라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맺은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23일 준공됐다. 동남아 최초이자 유일의 크라카타우포스코 용광로는 1년간 300만t의 쇳물을 쏟아낸다. 이 뜨거운 쇳물은 철강제품의 원자재가 되는 슬라브 150만t과 건설·조선산업에 투입되는 후판 150만t으로 만들어진다.

    용광로에서 쇳물이 만들어지는 제선공정, 쇳물의 불순물을 골라내고 단단한 강(鋼)을 만들어내는 제강공정, 만들어진 반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누르고 잘라내는 압연공정을 직접 둘러봤다.

  • ▲ 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
    ▲ 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


    먼저 쇳물이 쏟아지는 현장에 발을 디디니 온몸에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당일 인도네시아 현지의 기온은 33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더웠는데, 1300도가 넘는 뜨거운 쇳물이 콸콸 쏟아지다보니 출선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어도 열기가 몸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같이 고된 환경에서도 '철을 만들어 국가 산업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현지 직원들의 열정이 가장 뜨거웠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공채 1기 직원인 이르판 아하디안은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는 한국인은 물론 인도네시아 직원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성공신화를 함께 써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 ▲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공채 1기 직원인 이르판 아하디안. 그는 포스코가 한국에서 제철신화를 만든 것과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공채 1기 직원인 이르판 아하디안. 그는 포스코가 한국에서 제철신화를 만든 것과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용광로의 열기를 뒤로하고, 제강공장에 들어서니 12m 높이의 커다란 전로가 기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전로에는 갓 생산된 쇳물과 산소가 함께 투입돼 불순물들이 걸리지게 된다. 이 깨끗한 쇳물들은 연속주조기를 통과해 반제품 형태의 슬라브로 재탄생한다. 압연공정에서도 시뻘겋게 달궈진 슬라브가 연속주조기를 통과하며 갖가지 두께와 길이의 후판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일 8300t의 쇳물이 쏟아지고, 3400t의 후판이 만들어진다. 준공과 동시에 용광로에 불을 붙인지 만 5개월 만에 모든 공정에서 정상조업도를 달성했고, 현재는 현지 수요 사정에 맞춰 90%정도의 공장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 ▲ 높이 12m의 전로에서 불순물이 걸러진 깨끗한 쇳물이 쏟아지고 있다.
    ▲ 높이 12m의 전로에서 불순물이 걸러진 깨끗한 쇳물이 쏟아지고 있다.


    생산된 제품의 60~70%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접 국가로 수출된다. 이재헌 크라카타우 포스코 수출부장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를 잇는 동남아 철강벨트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품질 및 납기 수준을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품질은 물론 원가절감적인 측면에서도 t당 2달러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을정도로 포항, 광양제철소와 대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은 "원가절감의 핵심은 기술이고, 기술은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드는 것"이라며 동남아 철강시장의 주도권을 일본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크라카타우포스코의 2단계 프로젝트와 관련해 "고로와 제강·연주 증설, 열연공장 신설이 우선계획돼 있고 부족하면 냉연이나 도금 등 후속 공정도 고려하고 있다"며 "1단계 투자에서 후판 공장을 먼저 설치한 것은 이미 크라카타우스틸에 열연공장이 있었고, 조선용 후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현재 연산 300만t 규모의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최종적으로 600만t 규모의 종합일관제철소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