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돌입한 林… 금융당국 '흔들기' 수순으로
  • ▲ 중징계 처분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주장을 금융당국이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 NewDaily DB
    ▲ 중징계 처분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주장을 금융당국이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 NewDaily DB

    금융감독원이 "중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15일 10여 페이지에 걸친 보도자료를 통해 임 회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했던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징계 처분이 확정된 금융사 경영진을 상대로 금융당국이 이처럼 강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을 하차시키겠다는 당국의 강한 의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주전산기 교체 결정도 안됐는데 징계" vs "불법행위 있었다"

임영록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무 이루어진 행위나 결정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범죄에 준하는 무슨 행위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겨냥해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비난한 것을 맞받아친 셈이다.

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현재 IBM 메인프레임을 쓰고 있다. 아직 유닉스 전환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그는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주전산기 전환에 따른 리스크를 이유로 중징계를 내리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유닉스 전환 사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정 반대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주전산기 기종을 유닉스 교체키로 의사결정을 완료한 후 입찰이라는 법률행위까지 진행됐다"며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된 것은 위법행위의 완성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 성능 검증 시 나타난 오류, "심각하다" vs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성능 검증 시 발생한 400만 건의 오류에 대해서도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영록 회장은 "완성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13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에 해결 가능하다"고 답했다.

"1억건 중 400만 건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건, 100번 가동 시 4번은 에러가 발생한다는 의미인데, 적지 않은 오류를 정말 13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임 회장은 "자동차 개발 과정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 성능 시험 중 에러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고치는 것도 얼마든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임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에러 발생 건 수 보다는 에러의 내용이 중요하다. 패턴 하나만 고쳐도 수백 번 반복되던 에러가 완전히 고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성능검증(BMT) 결과 문제점이 발견된 자체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이사회에 문제가 없다고 허위보고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 측은 "특히 거래오류율이 4%에 달함에도 ‘목표 달성’이라고 보고한 것은 리스크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이사회를 기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쉽게 고칠 수 있는 오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간단한 조작 또는 코딩으로 해결가능한 오류는 코드변환, 변환 Rule 적용 등 자동전환 오류에 해당하며, 그 비율은 0.56%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 부당 인사개입 "있었다 vs 없었다"

지주사 회장인 임 회장이 계열사인 은행 인사에 개입한 것이 부당 개입이냐는 것을 두고도 양 측은 대립하고 있다.

임 회장 측은 "국민은행은 KB금융의 100% 자회사로 양 사 간에 맺은 경영관리규정상 당연엽의사항이다. 경영관리규정에 따라 공식 문서로 처리한 것이 부당 개입이냐"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은행 IT본부장 인사와 관련하여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임 회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금감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6월 2일 은행 IT본부장 인사개입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가 같은 달 26일 변호인을 통해 "회장이 행장과 인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인사개입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다가 7월 24일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 "어떻게든 임영록을 흔들어라?"

이미 징계 처분이 확정된 금융사 임원을 상대로 금융당국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KB 안팎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 회장을 흔들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급 인사는 "임 회장이 버티기 수순에 나서면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자, 금융권 역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에 돌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