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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수의 크리에이티브 산책] 1960년, 미국과 소련이 한참 우주탐사 경쟁에 열을 올릴 때, 미국의 공군 장교였던 조 키팅거 주니어(Joe Kittinger Jr.)는 31km 높이에서 자유낙하 하는데 성공했다.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했던 그의 이 기록은 이후 50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2012년 마침내 그 기록이 깨졌다. 2012년 10월14일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43)가 조 키팅거 주니어보다 7km 더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를 해냈다.
그는 미국 뉴멕시코 로즈웰의 상공으로 초박형 폴리에틸렌 헬륨 풍선을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 자유낙하를 시작, 한 때 음속을 돌파한 끝에 4분 19초 만에 지상에 안착했다. 지상 11~50km까지는 성층권으로 분류되며, 그 중 고도 20~30km 구역에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층이 형성돼 있다. 대류권과 반대로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올라간다.
그는 헬멧과 압력저항복, 그리고 산소공급기 등을 몸에 달았다. 국제항공연맹(Federation Aeronautique Internationale)은 비행기록 등을 기록할 장치를 그의 가슴에 부착했다.
GPS추적기기, 관성측정장치, HD카메라, 음성전달기, 수신기가 탑재됐으며 압력복에는 가슴에 1대, 다리 양쪽에 각 2대씩 5대의 카메라를 달아 낙하장면을 생중계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4천만 페이지가 넘게 조회되는 이 사건을 사람들은 '레드불 자유낙하'라고 부른다. 이 역사적인 스턴트의 후원사가 음료회사 레드불이었기 때문이다.
일반대중들은 스카이다이빙의 신기록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광고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이벤트가 기록한 경이적인 '매체 커버리지(Media Coverage)', 즉 매체의 방대한 전파력과 속도에 놀랐다. 이 이벤트는 60개국에서 8천 회 이상 방영됐으며, 뛰어내리기 직전에는 초당 2천 회의 트윗 멘션이 오고 갔다. 그 트윗 중 51%가 브랜드 이름을 거론했다.
레드불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38km라면 인간이 숨쉬기는커녕 기압차 때문에 당장 죽을 만한 고도다. 지구 밖이나 다름없는 '비생물적' 공간에 한 사람을 내던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데로 아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영상은 스카이다이버의 호흡수와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강풍과 빠른 낙하속도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지만 지상과 스카이다이버는 실시간 교신을 한다. 스카이다이버가 정확한 높이에서 낙하산을 펼 수 있도록 지상 관제팀의 신호를 받는 모습은 우주선을 발사하는 나사(NASA)와 우주인의 교신과 다름없다. 안전하게 착륙하는 순간, 영상은 관제팀이 사고에 대비해 정확한 위치에서 헬기로 대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움가트너의 몸에 달렸던 야외용 소형 카메라의 브랜드 고프로(GoPro)는 최근 이 이벤트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해 텔레비전용으로 내보냈다. 사람들은 이 동영상을 통해 매우 신중하고 '제 정신'이며 과학적인 사람들이 모여 이 ‘미친 짓’을 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나 라이트 형제의 미친 짓이 나올 때까지 필요했던 치열한 생각과 치밀한 계산. 그것이 레드불 캠페인의 바탕이 됐다.
'포뮬러1'을 비롯, 레드불이 후원하는 갖가지 극한스포츠에도 바로 그런 치열함과 치밀함이 필요하다. 레드불은 뉴튼역학적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미친 아이디어'들의 스폰서로서, '제 정신'을 유지시켜줄 에너지 드링크를 판다. 상상 초월의 극한스포츠들이 레드불 브랜드의 DNA임을 실전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