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엔진자동정지 기능 광고에 활용

  • [이연수의 크리에이티브 산책] 자동차나 기차만 타면 이내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백색 소음'때문이라고 한다. 백색 소음은 우리 신경을 거스르는 '컬러 소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넓은 주파수 대역에 고루 파장이 걸쳐 있는 걸 말한다.

    무지개의 일곱 빛깔을 모두 합하면 투명해 보이는 데 빗대 지은 이름이다. 빗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 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적인 것 중에는 자동차 엔진소리를 들 수 있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1994년의 여름. 대부분의 서민들이 에어컨 없이 살던 시절, 젊은 부부들은 아기를 차에 싣고 밤마다 집 주변을 돌고 돌았다. 그들은 아기가 더워서 잠자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유일한 에어컨은 차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차만 타면 조용해지던 아기는 차에서 내리면 이내 잠에서 깨어 도로 보채기 시작했다. 아이를 편안하게 해준 게 에어컨보다는 백색소음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건 한참 후였다.

    자동차 엔진 소리를 이용해 아기를 재우는 게 그들만의 비법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지난 12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로베스트에서 필름 부문 은상을 받은 폴크스바겐 필름 광고는 그 시절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 젊은 아빠가 폴크스바겐 티구안을 몰고 동네를 운전한다. 뒷좌석에는 아기가 얌전히 자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자동차가 멈추기만 하면 아기가 깨서 울어댄다. 이건 순전히 정차할 때마다 자동으로 엔진을 꺼주는 기능 때문이다.


    젊은 아빠는 빨간 신호등이 무섭다. 애써 정지신호를 피해보지만 별 소용 없다. 정지 신호등 피하려 골목을 우회하다 쓰레기차를 만나 한참 서있기도 한다. 애는 계속 울고...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정지신호를 만난 티구안의 아빠. 왼편에는 폴크스바겐 골프가 서있다. 그 차에서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두 아기가 함께 울어댄다. 동병상련의 눈빛 교환. 폴크스바겐의 모든 차량엔 자동 엔진 정지 기능이 있었던 것.

    마지막 내레이션은 "그래도 연료는 절약할 수 있잖아요"라며 가엾은 두 아빠들을 위로한다. 엔진소리를 이용해 아기를 재우려는 목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폴크스바겐의 자동 엔진 정지 기능이 문제가 될 것이다.

    '연료 절약'의 장점을 대놓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기 아빠들에겐 단점일수도 있다는 재치가 이 캠페인의 매력이다. 대행사는 영국의 Adam&EveBBD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