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분야 가업은 뒤로하고 아동복·선박운송업·출판업 등 무작위 확장삼성·현대차 보다 많은 76개 계열사 거느렸지만 실속 있는곳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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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순위 40위 대성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가업으로 이어온 에너지 분야 이외에 아동복에서부터 선박운송업, 출판업, IT, 영화, 방송콘텐츠,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까지 대성그룹이 손을 대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계열사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선 "김영훈 회장 개인의 취향대로 계열사만 늘리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성그룹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산 증인'으로 불렸던 고 김수근 회장이 1947년 설립한 대성산업공사로 출발했다. 이후 태양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구역형 집단에너지(CES), 매립가스(LFG), 도시 생활쓰레기 고형화연료(RDF), 바이오가스 사업 등 토탈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했다.

     

    몇십년 동안 쌓아온 에너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대성그룹은 2008년을 전후해 갑자기 '업종 다양화'에 나섰다. 에너지분야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전시 및 행사·광고 대행사를 설립하는 가 하면 아동복, 선박운송업, 출판업, IT, 영화, 방송콘텐츠,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영위하는 업체들을 차례로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같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대성그룹은 계열사 76개를 둔 '거대 기업'이 됐다. 이는 재계 1·2위인 삼성그룹(74개)과 현대차그룹(57개)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김영훈 회장 개인의 취향대로 계열사를 늘리다 보니 갑자기 많이 늘어 관련 업종의 불만이 높다. 일각에선 재벌의 위신마저 떨어뜨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며 "삼성 자산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대성그룹이 삼성보다 더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건 웃음꺼리일 뿐"이라고 대성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을 비꼬았다.  
     

    대성그룹이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은 별반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그룹의 경우 외관상일 뿐 실속은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게 진짜 문제다. 에너지분야 이외의 계열사들이 돈을 벌어오기는 커녕 매출이 전혀 없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대성지주, 대성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SI) 업체인 대성지주와 대성홀딩스는 매출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전시 및 행사·광고대행을 맡아하던 나우필과 선박 운송업체 제이씨알은 올해초 아예 정리를 했다.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가 없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나우필은 지난 2007년, 제이씨알은 2005년 '대성가족'이 된 후 인건비만 까먹었다.

     

     

  • ▲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등은 내부거래라는 '호흡기'를 떼면 언제 '숨'이 멈출지 모른다.

     

    대성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나고는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계열사들은 에너지 계열이 아니지만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곳도 있다"며 "다 잘해보려고 한 것인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직원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