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혁 칼 빼든 권오갑,
현대重 '호봉제'서 '성과 연봉제'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임원 30% 감축', '선박영업본부 통합' 등에 이어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하며 또 한 번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현대중공업은 본부별 차등 성과체계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하는 등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임원 및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당장 올해부터 연봉제가 적용되며, 내년에는 전 직원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연봉제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도 함께 도입되며, 향후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 될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로 결정됐다. 즉 연차와 계급이 올라갈수록 성과여부에 관계없이 일정수준의 임금인상이 보장되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성과를 내는 인원들에게만 높은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자연스럽게 사업본부별 경쟁을 유도, 올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져있는 현대중공업을 다시 한 번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앞서 권 사장은 지난 9월 취임사를 통해 "오직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 받는 회사'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봉제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 차등폭을 ±35%까지 뒀다는 점인데, 현대중공업은 본부별·개인별 평가에 따라 임원은 최대 70%, 직원의 경우 60%까지 차이를 둔다는 방침이다.

현재 연봉 1억원을 받는 임원이 2명 있다고 가정하면, 성과에 따라 둘의 임금은 내년에는 1억3500만원과 6500만원으로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철저한 성과분석을 위해 기획실, 인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사업본부별 평가기준도 새롭게 마련했다. 영업이익, 수주, 매출, 안전 등을 기준으로, 각 본부가 단기성과에만 급급하지 않도록 3~5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장기성과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연봉제 도입으로 개인 및 조직 평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만큼 과거보다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 조직에도 더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 사장은 지난달 17일 그룹 임원 262명 중 31%에 해당하는 81명을 회사에서 내보낸데 이어, 23일에는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새롭게 출범한 바 있다. 또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기획실의 인원을 축소함과 동시에 기능은 통합하며 재정비에 나서며 고강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