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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오는 12월1일 양사 간 합병을 앞두고 최종 난관에 봉착했다. 양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보다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합병에 반대의사를 나타낸 주주들의 매수청구 신청 마감기한이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17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일정한 가격으로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는 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을 1개월 내로 사들여야만 한다.
양사의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은 각각 2만7003원, 6만5439원이다. 지난 14일 종가 기준 양사의 주가는 2만5700원과 6만800원으로 매수청구 행사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17일 하루 동안 양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지 않는 이상, 주주들의 매수청구 행사가 줄을 이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보다 낮게 형성된 것도 문제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전반적인 조선업계의 주가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 주주들의 매도 심리에 큰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의 침체가 지속되자, 이 시장이 쉽사리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주들의 심리는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1년 1주당 50만원이 넘게 거래되기도 했으나, 올 들어 영업적자만 3조원을 넘게 기록하더니 이내 주가는 10만원 아래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다.
이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의구심으로 번져감에 따라, 손해를 보면서까지 합병을 밀어붙일 주주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양사의 지분 5%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도 합병에 반대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국민연금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율은 각각 5.91%(1364만3311주), 6.59%(263만6314주)다.
그러나 지난 9월1일 양사가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한 후, 같은 달 22일 기준 국민연금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분은 5%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에도 5.24%(209만5399주)까지 보유 지분율이 내려갔다.실제 양사가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을 승인한 것은 지난 10월27일이었고,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나타낸 것은 그 직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지난 9월 양사가 합병을 결의한 순간부터 합병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지분 매도 작업을 서서히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양사의 정확한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끝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양사의 합병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액 총합이 각각 9500억원과 4100억원을 넘길 경우 합병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30일 지분 보유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양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3684억1033만원, 1725억1775만원어치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여야만 한다.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도 LG이노텍-LG마이크론, 현대모비스-오토넷 등이 합병을 추진했으나 둘 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매수청구액 문제로 이를 포기한 전례도 있어, 양사의 17일 종가 및 대주주격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업계의 모든 눈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양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종합 EPC(설계,구매, 제작)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며 "매출액 기준 2013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