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滬港通) 시행에 "국내 증시 악재" vs "긍정적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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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上海) 본토 증시와 홍콩(香港)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오늘(17일)부터 시행되면서 400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증시 시장이 전격 개방된다.
현재 상하이 증시는 시가총액이 2조8512억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홍콩 증시 시가총액과 합치면 한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약 5배 더 크다.
홍콩에서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중국 본토 A주 중 우량주 568개 종목이다. 이는 상하이종합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한다.
홍콩을 경유해야 하기는 하지만, 상하이 A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글로벌 자금은 하루 최대 130억위안(약 2조3000억원)이다. 거래대금 한도는 130억위안이지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속 매수주문만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려면 적격외국인투자자(QFII)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등의 자격을 받아야 했으나, 후강퉁 시행으로 외국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본토 주식 거래가 한층 수월해졌다.
상하이거래소는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 10시30분~낮 12시30분까지 열린 뒤 오후 2시까지 휴장한다. 이후 오후 2~4시 오후장이 다시 열린다. 동시호가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15분부터 10시25분까지다.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에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후강퉁 시행으로 업계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수수료 블루오션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1~2개월 전부터 상하이A주 종목들을 소개하는 방대한 분량의 편람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또 일부 증권사는 해외주식 전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마련해 중국 A주 실시간 시세정보 조회서비스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 후강퉁 시행으로 국내 증시(KOSPI)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홍콩과 상해주식시장의 차익거래를 노린자금이 중국으로 집중될 수 있어 가뜩이나 외국인 이탈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증시 수급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하이 A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현재는 한국보다 낮은 상태"라며 "이익 추정치 역시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3분기 실적 역시 실망스러웠던 한국과 달리 상하이 증시 상장 기업들은 예상보다 높은 순이익을 발표했다"며 "후강퉁 시행 후 1~2주 동안 한국 증시는 상하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는 상하이A주 시장을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자본시장 개방 정도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 증시는 현재 신흥시장에 속해있는데, MSCI가 상하이A주시장의 지위를 상향 조정할 경우 한국에 투자된 글로벌 자금 중 일부가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후강통의 장기적 발전과 내년 MSCI 이머징 마켓 지수에 상하이A주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배분 포트조정에 의한 국내 증시 자금이탈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아시아 증시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 자금 수급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경제대국인 만큼 그 파급 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한중FTA 타결과 더불어 후강통 시행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파급력도 전해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당초 후강퉁은 지난달 27일 개장하기로 했으나,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의 여파로 미뤄지면서 시행일자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시행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