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중국증시 투자자 유치 적극적국내 증시 영향 평가는 엇갈려
  • ▲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 연합뉴스 DB
    ▲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 연합뉴스 DB



    후강통(滬港通) 제도 시행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4조2000억달러(원화 약 4161조원) 규모의 중국 주식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도 분주하다.

    후강통 제도는 중국 상하이(上海) 본토 증시와 홍콩(香港)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그간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려면 적격외국인투자자(QFII)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등의 자격을 받아야 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장기간 침체됐던 시장에 후강통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하면서 관련 상품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관련 수혜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강통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후강통 대비에 분주한 국내 증권사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거래가 오는 17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상하이 증시는 시가총액이 2조8512억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홍콩 증시 시가총액과 합치면 한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약 5배 더 크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후강통을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로 보고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맞춤 서비스와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선 국내 유일의 중화권 계열사인 유안타증권은 중국 증시에 관심이 높은 개인 투자자를 위해 후강통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 중국 100대 기업을 국내 기업과 비교한 자료집 '후강통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대신증권은 후강통을 기념해 시행일인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중국여행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기간 중 1억원 이상 거래고객 3명을 추첨해 중국 여행상품권을 제공하며, 월간 1000만원 이상 거래고객 2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1개월 실시간 시세 무료이용권을 증정한다.

    또 증권사들은 주식거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내놓았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부터 상하이A주에 대한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증권은 후강통에 대비해 해외주식 전용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해외투자플러스'를 출시했다. 유안타증권도 중국 주식을 투자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대표 컨설팅 서비스인 '티레이더(tRadar)' 등을 비롯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MTS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세미나도 줄을 이었다.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도 후강통 제도를 이용해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해 리포트를 내는 등 분석도 강화하는 추세다.

    ◇후강통 수혜주로는 '증권'…유안타證, 30% 급등에 투자경고

    후강통 제도의 국내 수혜주로는 증권주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시장에서는 유안타증권을 지목하고 있다.

    후강통 수혜주로 증권주가 떠오르는 이유는 개인 투자자까지 상하이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후강통 시행으로 새로운 수수료 블루오션이 생기는 셈이다.

    이 가운데 특히 유안타증권은 지난 10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최근 4거래일 만에 30% 넘게 급등했다. 이날 역시 전장대비 1.13% 오른 채 마감해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를 받았다.

    유안타증권은 대만 최대 금융그룹 유안타홀딩스의 계열사인 유안타증권이 올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했다. 유안타증권은 '우리는 중국을 안다(We Know China)'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국 시장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후강통 제도 시행이 국내 증권사에 신규 수익원 창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에서 외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나 개인계좌 잔액 8300만원(50만위안) 이상 보유자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해A증시의 MSCI 이머징지수 편입 현실화시 한국 주식 시장으로부터 외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고 세금, 수수료, 환율 등의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후강통 시행, "한국 증시에 악재"vs"긍정적 파급력 무시 못해"

    후강통 시행이 국내 증시(KOSPI)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우선 후강통이 시행되면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시장에서는 우세하다. 국내 수급 측면에서 일시적인 손실을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확대되면 그만큼 한국 증시로부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는 상하이A주 시장을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자본시장 개방 정도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 증시는 현재 신흥시장에 속해있는데, MSCI가 상하이A주시장의 지위를 상향 조정할 경우 한국에 투자된 글로벌 자금 중 일부가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후강통의 장기적 발전과 내년 MSCI 이머징 마켓 지수에 상하이A주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배분 포트조정에 의한 국내 증시 자금이탈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아시아 증시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 자금 수급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경제대국인 만큼 그 파급 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 한중FTA 타결과 더불어 후강통 시행으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파급력도 전해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