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 외화 해외 재투자… 환시장 직적 개입 필요
  • ▲ ⓒ제공=청와대 사진기자단
    ▲ ⓒ제공=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의 추가 엔저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호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주요 선진국의 통화가치 쏠림현상이 일부 신흥국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한다"고 일본을 정조준해 강경 비판했다. 귀국 전세기편 기자회견에서도 "(엔저의 문제점에 대해)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고 생각을 해서 마음을 먹고 얘기했다"고 작심 발언임을 거듭 확인했다.

     

    통화전쟁(currency war)을 시사하는 듯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외환당국에게 새로운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 ⓒ하나금융연구소 블로그 캡처
    ▲ ⓒ하나금융연구소 블로그 캡처


    ◇ 엔저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초래

     

    우선 거론되는 것은 선제공세·국제공조 대응론이다. 엔저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타국과의 국제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엔저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어 국제공조가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본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공동대응이 불가피하고 이를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일단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중국 및 ASEAN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 등 전면전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도 통화전쟁을 각오한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엔저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 이런 내용을 계속해서 얘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엔저에 대한 경고는 G20의 공동선언문인 '브리즈번 액션 플랜'(Brisbane Action Plan)에도 이미 포함됐다. 선언문에는 "자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지난 13일 미얀마에서 열린 '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엔저와 미국 금리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작심하고 발언한 만큼 외환당국에 힘을 준 것이다. 그래서 당국은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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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입 외화자금 해외자산 재투자


    정부가 지난달 초 내놓은 엔저종합대책은 엔저를 활용해 설비투자를 한 곳이 한군데도 없을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정책적 대응수단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책은 더이상 약발이 먹히질 않는다. 전시용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엔저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적 통화 절하 수단으로는 직접적인 시장 개입과 자본 통제 시행, 그리고 간접적인 방법인 양적완화 정책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경쟁적 통화 절하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금리조정이나 외환시장 직접 개입 보다는 해외투자확대에 힘을 써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투자 등으로 국내로 유입된 외화자금을 다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해외투자 확대는 통화절상 압력을 완화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향상에도 기여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구구조상 공적 연기금과 민간의 노후대비 저축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환율안정 목적이 아니더라도 수익률 제고, 위험 분산을 위한 해외투자 확대는 더욱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해외투자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자산운용업의 운용역량 및 신뢰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 ▲ ⓒ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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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시장 직접 개입 불가피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선진국의 무분별한 양적완화 때문에 생긴 높은 환율 변동성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자본 이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화자금 해외환류의 수단으로 가장 유효적절한 외환시장 개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상압력 우려가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차제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축소되고 있고 유로존과 일본 등 경쟁국들의 통화절하에 대응한 방어적 조치라는 면에서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이 어느 정도 있는 만큼 이 논리를 적극 활용해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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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적 통화 절하-금리인하 '기대난망'

     

    경쟁적 통화 절하정책은 한국이 미국, 일본, 유로존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한국 원화의 경우 여전히 절상 압력보다는 절하 압력에 지극히 민감하다는 것도 제약요인이다.

     

    북한 관련 돌발 상황이나 가계부채 및 대외부채 문제 등의 약점이 노출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시마다 원화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는 달리 급격한 절하 압력을 겪은 바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확충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유액을 크게 늘렸지만 충분하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일본이나 유로존과 같이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환율안정과 거시건전성 유지라는 정책목표 간의 상충관계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제약이 된다. 원화가치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본의 급작스런 유출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대외 거시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를 불러 금융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선제적인 국제공조 노력과 유입 외화자금의 해외투자확대, 환시장 직접 개입 등이 현실적인 대응수단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