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이엔씨 무한 지원, 독점기술 상용화 전망궤도업계 "설계에 확정한 자재, 중도 교체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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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철도시설공단(강영일 이사장)이 PST(사전제작형 콘크리트슬래브)공법을 확대 적용하려 해 철도궤도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 공법은 삼표이앤씨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독점 자재로 현직 의원이 실용화 및 설치확대 등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철도궤도업계는 오는 20일 철도공단이 발주한 경전선 진주~광양 복선화 궤도부설(진주~횡천/횡천~광양) 기타공사 2건에 대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신청 일정에 맞춰 철도공단에 항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해당 공사 설계에 PST공법이 반영된 탓이다.

     

    철도공단은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한 이전 시험적용에서 PST공법의 품질에 문제가 없어 이번 공사에도 이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궤도업체들은 "한 회사가 독점한 공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고, 해당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업체들은 고사위기에 놓인 것과 같다"고 전했다.

     

    국내 궤도업체들은 약 34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삼표이앤씨를 포함한 3개사는 대기업인 삼표그룹 계열사다.

     

    궤도업계는 철도공단이 설계에 특정 자재를 반영하면 이에 맞춰 입찰해야 하는 구조다. 철도공단이 절대적 '갑'인 셈이다.

     

    한 궤도업계 관계자는 "위에서 찍어누르면 밑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것이 갑과 을의 관계"라며 "PST공법에 대해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설계에서 확정한 자재를 업체들이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입찰경쟁력 문제인데, (삼표이앤씨는)본인들 자재로 본인들이 시공하는 데 그걸 사다가 써야 하는 업체들이 불리한 것은 당연지사 아니냐"고 말했다.

     

    궤도업체들 입장에서는 자재 선택권이 없어진 것이다. 기존 현장직접타설공법은 시멘트 회사가 여럿 있기에 경쟁을 통해 자재가격을 조절할 수 있지만 PST공법은 삼표이앤씨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궤도업체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

     

    철도업계가 걱정하는 또 하나는 과거 자갈도상공법에서 콘크리트도상으로 바귀었듯이 PST공법으로 철도공단이 설계를 변화해 가는 것이다.

     

  • ▲ 삼표이앤씨가 개발한 PST공법 개념도.ⓒ삼표이앤씨
    ▲ 삼표이앤씨가 개발한 PST공법 개념도.ⓒ삼표이앤씨

     

    PST공법은 철도궤도 공법 중 선진기술이지만 경쟁체제로 시장이 형성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삼표이앤씨가 독점하고 있다. 자금력과 신기술 개발 여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궤도업계 관계자는 "이 문제를 인지한 철도공단이 한 궤도 업체에 PST공법을 도입할 것을 권유했지만, 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철도공단은 "PST공법은 경제성, 시공성, 품질이 우수하다"며 "설계 반영하는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궤도업체가 부담을 느끼면 공법을 바꿀 방안도 마련한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궤도업계 관계자는 "공단이 한번에 PST공법을 넓힐 수 없으니 야금야금 시장을 넓히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궤도업체들은 철도공단의 또 다른 '갑'질도 지적했다. 발주하는 공사마다 '긴급'으로 공고를 올려 '을'인 궤도업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철도공단의 공고를 보면 올 7월 이후 입찰 공고한 77건의 공사(취소 10건 제외) 중 41건이 긴급 공사로 올라왔다. 절반이 넘는 물량이 긴급 공사란 것이다.

     

  • ▲ 자료사진.ⓒ연합뉴스
    ▲ 자료사진.ⓒ연합뉴스

     

    긴급공사는 공시 후 PQ입찰까지 기간이 짧고, 설계상 공사기간보다 실제 시공기간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궤도업계는 긴급 공사가 업계를 옥죄고 있다고 강조한다. 적정공사비 확보에 문제가 있어서다. 

     

    예를 들어 노무비의 경우 인원이 많이 필요할수록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 공사기간이 촉박한 사업은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시공 업체 입장에서는 추가 공사비가 든다. 따라서 적정공기에 맞춰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입찰 시 견적서 역시 이에 맞춰서 짠다.

     

    하지만 긴급으로 발주가 나오면 사업 분석을 철저히 할 시간이 부족해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추가 공사비는 업체가 감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궤도업체들은 발주처에서 추가 공사비를 쉽게 인정해 주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소송을 통해 받아야 하는 일이 많다.

     

    한 궤도업계 관계자는 "철도공사와 소송을 통해서 추가 공사비를 받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3심까지 가서야 대금을 받게 된다"며 "중소기업에게 긴 시간을 요구하는 소송은 큰 피해를 준다. 기본적으로 발주처에게 찍힐 수 있어 소송하는 곳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또 "호남고속철도처럼 긴급으로 발주해 서둘러 공사를 진행했지만 준공은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철도공단이 스스로 철도사업 발주를 졸속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