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컨테이너박스 농성 중
  • ▲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NH농협증권과의 합병 반대를 이유로 지난 20일부터 사옥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뉴데일리경제
    ▲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NH농협증권과의 합병 반대를 이유로 지난 20일부터 사옥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뉴데일리경제



    지난 7월 NH농협금융지주·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노사상생발전협약'을 체결했던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이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반대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28일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투자증권이 연말 합병법인을 출범시키기 위해 만든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가 상생협약 당시 계약을 위반한 채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노조원들은 이같은 이유로 통추위 해산을 촉구하며 이미 지난 20일부터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사옥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7월 당시 맺었던 협약내용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우투증권에 증권 자회사 경영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 회사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IT 통합위원회를 활용한 경쟁우위 전산시스템 기반통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에 증권 자회사로 편입되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영 자율권 보장은 커녕 통추위발(發) '낙하산 임원'을 내정했다"고 지적했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원활한 조직 통합을 이끌기 위해 2인 부사장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홍무 부사장이 정통 농협맨으로서 내정됐다. 우리투자증권 측 부사장으로는 26년간 증권업에 몸을 담아온 정영채 IB사업부 대표(전무)가 내정됐다.

    그러나 노조 측은 김홍무 농협증권 부사장의 이력을 문제삼고 있다. 김 부사장은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30여년간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지난해까지 농협은행 부행장을 지내다가 올 3월 들어 NH농협증권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재진 우투증권 노조위원장은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우리은행장이나 부행장이 임원으로 내려온 전례가 없는데 농협금융지주는 증권 경력이 (거의) 없는 부행장 출신 김홍무 부사장을 버젓이 내정했다"고 꼬집었다.

    또 노조 측은 지점 통폐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12월말 합병 후 NH농협증권의 23개 지점 중 22개 지점을 인근 우리투자증권 지점과 통합하기로 했는데, 직원들이 추가적으로 고용 불안을 느낀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앞서 희망퇴직 등을 통해 600여명이 퇴사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지점 통폐합의 경우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지점 간 거리가 1km도 채 되지 않아 영업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폐합될 지점을 대형화 및 복합점포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 고용승계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대형화함으로써 한 지점당 근무하게 될 직원 수가 많아지게 되면 직원 간 내부 과열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점 통폐합은 자연퇴사를 유도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NH농협증권의 부실자산 떠넘기기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농협증권이 가진 부실채권(NPL)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포함해 현재 투자하고 있는 불안정한 자산까지 그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NH농협증권 관계자는 "2조원 규모는 말이 안되고, ABCP가 1800억원 정도인데 ABCP같은 경우에도 담보충족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이라며 "또 증권사의 특성상 위험상품도 투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차원의 투자자산 말고는 불안정적인 요인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계약서 승인과 김원규 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의 통합증권사로의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한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법인인 NH투자증권은 오는 12월31일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