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재추진 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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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1일 단행된 가운데,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장들이 유임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간 '신상필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사를 단행해왔다. 따라서 커다란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그룹차원의 경영진단을 받고, 합병에도 실패했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장도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는 안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되며, 삼성계열사 내 어떤조직보다도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다.
이에 그룹차원에서도 양사의 최고경영진을 교체하는 등에 커다란 변화를 줘 혼란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일단 최고경영자들을 재신임해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또 이르면 오는 2015년 양사의 합병이 다시 한 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누구보다 회사 사정에 밝고 앞서 합병 작업을 진행해온 박대영 사장과 박중흠 사장이 '합병 재추진'이라는 중책을 맡는 것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사장단 인사와 별개로 임원 인사를 비롯해 조직 내부에는 어느정도 변동 폭이 있을 것이라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사장들은 유임됐지만 최근 침체된 실적과 분위기를 쇄신하고, 합병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서울 서초사옥을 문닫고 판교 R&D(연구개발)센터를 열며 힘을 실어야할 조직에는 힘을 실어주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직의 덩치는 줄이는 등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 R&D센터는 삼성중공업이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지난해 1월부터 공사에 착수해 지난 10월 준공됐다.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연면적 5만7460㎡에 1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판교 R&D센터 건립을 통해 해양플랜트 기술개발과 설계 역량 강화는 물론,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