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놓치면 VOD로 보세요…노르웨이 유선방송사 광고


한 남자가 그만 어제 방영된 인기 텔레비전 연속극을 놓치고 말았다. 직장에선 모두가 그 연속극에 나왔던 ‘실버 핸드’란 말을 인용하며 난리가 났다. 남자는 소외감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웬걸, 일시적인 유행어려니 생각했던 ‘실버 핸드’는 이제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의 경제전문가까지 사용하는 어휘로 정착됐다. 

뜻을 모른 채 어설프게 ‘실버 핸드’란 말을 사용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다. ‘실버 핸드’는 국제적으로 퍼지며 동남아 휴양지에서도 피하지 못하는 말이 됐다. 

마침내 ‘실버 핸드’의 뜻을 모르는 바람에 상어에게 한쪽 다리마저 잃게 된 남자. 나이 먹고 들어간 ‘실버’ 타운에선 ‘실버 핸드’를 이용한 농담으로 할머니 셋을 동시에 후리는 또래 할아버지가 눈꼴사나워 보인다. 



  • 결국 ‘실버 핸드’의 뜻을 알지 못한 채 숨을 거둔 남자. 장례식장 목사님마저도 추도사에서 ‘실버 핸드’를 언급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남자의 영정이 엎어진다. 

    노르웨이의 유성방송국 ‘디지털 카날’의 이 필름 광고는 유행하는 드라마를 챙겨보지 못해 대화에 끼지 못한 경험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며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방송에 나오는 수많은 재치 있는 말들은 대개 몇 달이면 사그라지고 만다. 그러나 처음엔 그저 유행어처럼 시작했지만 수백 년이 흐른 뒤까지 사용되는 어휘도 많다. 그렇게 시작하는 수많은 어휘들은 예술, 스포츠, 정치 등 문화나 문명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계된 것들이다. 광고 속 남자가 놓친 텔레비전 연속극처럼. 

    예전에는 지리적 거리로 인한 사회문화적 차이가 소통을 어렵게 했지만,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덕분에 이제 거리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대한 분량의 콘텐트가 매일처럼 무료 혹은 매우 저렴한 비용에 쏟아지면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트를 소비하게 됐다. 

    그 와중에 콘텐트 소비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남들이 보는 것을 봐야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광고 속 남자는 디지털 콘텐트 시대에도 보고 싶지 않은 건 끝까지 꿋꿋이 보지 않고 버틴 안티히로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어떤 콘텐트를 소비하느냐가 곧 그 사람을 말해주는 시대니까. 

    분명 세상은 점점 더 공평해지고 있다. 포르셰를 살 수 있는 자와 살 수 없는 자로 분류되는 시대는 끝나고 포르셰 페이스북이 올린 공짜 페이스북 콘텐트에 ‘좋아요’ 누른 사람과 누르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되니 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 선택의 자유는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상어에게 한 다리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