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담뱃값 인상 잇따른 정책들 속수무책
'한보루 되팔면 시세차익 얼마?' 지하철 순례 이어져
담뱃값 인상 앞두고 물량 부족해지자.. 정부 일시적 공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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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정부가 지난 12일 정오부터 '담배 사재기'로 적발되면 최대 5천만원 벌금형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부 생계형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담배 사재기'에 가담하면서 정부 경고는 무용지물이 됐다. 

칼바람이 매섭게 불던 16일 은평구 증산동 노인정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노인들이 담뱃값 인상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도그럴것이 주머니에 쌈짓돈 넣을 생각에 일부 노인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 노인정에서 활달하기로 소문난 박모(남. 76세)씨는 인근 편의점을 두차례 다녀오는 길이다. 

추석 전 까지 폐지를 주워 용돈벌이를 했던 그는 당분간 폐지를 줍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추운데 왜 개고생 하냐. 담배 사재기 했다가 마진을 남기면 되는데.."라며 "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돈벌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왜 놓치겠는가. 폐지는 하루 종일 주워도 이만큼 마진 남기기가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황노인이 이야기에 가담했다. 

황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은 작은 돈도 크게 느껴진다.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담배 사재기로 큰 돈은 벌수없지만 용돈 벌이 정도는 하지 않겠냐"고 박씨 말을 거들었다. 

이어 그는 "인기 있는 담배 위주로 돈이 융통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고 귀뜸했다. 

유통 판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황씨는 "주변에서 예약한 사람만한테만 팔아도 이익을 남길 것"이라며 "예약자들이 줄을 섰다"고 덧붙였다. 

◇ '한보루 되팔면 시세차익 얼마?' 

담배 사재기 바람이 뜨겁다. 유통기한이 없고 포장을 뜯지 않는 이상 수년 이상 보관해도 담배맛에는 차이가 없는 때문이다.

특히나 돈벌이가 궁했던 일부 노인들은 이번 기회에 주머니 쌈짓돈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담배 한 갑당 2000원 가량 오른다고 가정했을때 무려 2만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한다. 

폐지(60㎏)를 가득 모아도 4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 마저도 폐지값 하락으로 만지기가 쉽지 않다. 노인정에서 만난 일부 노인들은 앞으로도 사재기에 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담뱃값 인상 앞두고 물량 부족해지자.. 정부 일시적 공급 확대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자 담배 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라면서 애연가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물량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도·소매점에 담배 공급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고시'를 개정해 담뱃값이 인상되는 내년 1월1일까지 도·소매인들이 기존 매입 제한량 이상으로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고시에 따라 도·소매인들은 1~8월 월평균 담배 매입량의 104% 수준까지만 매입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규제를 완화한 것. 추가 공급량은 KT&G 등 제조사 및 수입판매업자의 재량에 맡기겠다는게 정부 측의 대안이다. 

국세청도 합세해 도·소매상을 대상으로 담배 사재기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올 연말까지 경찰청 및 지방자치단체와 정부합동점검반을 꾸려 사재기 혐의자에 대한 일제 집중단속을 벌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