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서 공연
  • ▲ 강영진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장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강영진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장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사람들로 하여금 클래식에 대한 인상을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장르로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대중들의 귀는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따라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SK아트리움에서 열리는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18~21일)의 음악감독 겸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장을 맡은 강영진 단장은 17일 "사람은 행복한 기분을 느낄 때 무언가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다고 느끼기 마련이어서 이번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도 원작처럼 너무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가 아닌, 유쾌하고 재밌는 작품으로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오셔서 그 마음 그대로 가지고 나가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해 졸업한 후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악원을 나온 강영진 단장은 졸업 후에 이탈리아 토리노 레지오 극장 솔리스트, 스위스 제네바 대극장 솔리스트, 벨기에 브뤼셀 왕립 모네극장 솔리스트, 스위스 상트갈렌 시립극장의 솔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가 이제 오페라단장 겸 음악감독으로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저는 클래식을 당연하게 공부해오던 사람이라 피부로 잘 느끼지 못했는데 '클래식', '오페라'라는 말만 듣고도 어렵고 지루하다며 고개를 내젓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마니아 층이 아니면 오페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졸기도 하고, 따분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 때 든 생각이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오페라를 제가 직접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 그래서 쉬운 오페라,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클래식 시장의 저변화를 위해 무던히도 고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그도 막상 오페라단장을 맡고 보니 고충이 적지는 않았다.

    "제가 싱어였을 때는 제 노래만 하면 되고 제 자신만 관리하면 됐는데 단장이 돼 보니까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제가 다 체크하고 계획해야 하더라고요. 이전에 수동적이었던 저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 저 뿐만 아니라 단원들과 스태프들의 컨디션, 능력, 상태 등 모든 부분을 컨트롤해야 되다 보니까 고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죠. 그래도 이런 제 고민까지 다 이해해주는 단원들이 많은 용기를 주고 믿어줘서 이번 작품을 무사히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 ▲ 강영진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장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강영진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장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오페라 단장으로서 단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 고민이 많았던 그지만, 모든 단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번 '헨젤과 그레텔'을 위해 한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준비했다고 한다.

    "우선 출연진들을 각각의 배역에 100% 몰입시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원래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독일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으로 어색하지 않게 캐릭터를 변화시키려고 고민했죠.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저 사람은 아빠구나, 저 사람은 엄마구나'를 공연 내내 위화감 없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헨젤이면 헨젤, 마녀면 마녀라고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강영진 단장이 단단한 자부심을 갖고 만든 이번 오페라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의 평균 나이는 30대다. 젊은 사람들끼리 뭉쳐서 만드는 작품이다 보니 훨씬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오페라를 기대해도 좋다고 그는 자부하고 있다.

    "젊은 성악가들로 꾸려진 이번 '헨젤과 그레텔'의 출연진들에게서 생동감과 활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성악가들이 직접 춤을 추는 등 마치 뮤지컬 가수들처럼 획기적인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정적으로 느껴지는 공연이 아닌, 관객들이 같이 일어나 함께 춤추고 싶게 만드는 작품을 탄생시키려고 모든 출연진들이 발군의 실력을 뽐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결코 가볍지 않은 밝음'과 '잔잔하게 심어주는 감동'이다.

    "저는 원작처럼 우울하고 무거운 '헨젤과 그레텔' 보다는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고 어린아이부터 부모님까지 가족 모두가 함께 웃으면서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 행복한 기분을 간직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잔혹하고 어두운 '헨젤과 그레텔'이 아닌, 마녀가 나타나기만 해도 오싹하고 무서운 작품이 아닌 웃음을 먼저 떠올리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즐겁고 따뜻한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강영진 단장은 과감하게 공연 중간 중간 힙합 퍼포먼스와 비보잉을 삽입하기도 했다.

    "음악을 선택할 때도 밝고 신나는 곡을 위주로 했습니다. 어려운 화성은 되도록 피하고,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같이 흥얼거릴 수 있도록 친하고 쉬운 음악으로 구성했다고나 할까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실용 음악 하는 친구들이 '천사' 역을 맡게 됐는데, 오페라와 실용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공연을 보시면서 어느 한 분야라도 호감이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 준비를 위해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그는 음악가를 꿈꾸거나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지만 여태까지 살면서 느낀 것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 자리에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이 곧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높은 자리를 꿈꾸고 달려가다 보면 금방 지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음악을 꿈꾸기보다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보다 폭넓고 자유로운 시각을 갖는다면 훨씬 더 본인이 사랑하는 음악을 오래도록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보체삐에나 오페라단이 주관하고 한국곰두리봉사회가 주최하는 이번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에서 공연된다. 18~19일은 오후 2시와 4시, 20일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시에 관람할 수 있으며 마지막 날인 21일은 오전 11시 30분, 2시, 4시에 각각 공연된다.

     

    보체삐에나오페라단의 '헨젤과 그레텔'은 이어 서울 대학로에서 앙콜 공연이 예정돼 있다.


     

  • ▲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강영진 오페라단장
    ▲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강영진 오페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