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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인재 육성 제도인 '지역전문가' 선발 인원을 예년과 거의 비슷한 규모인 350여명으로 정했다.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도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인재 양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2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전 계열사에서는 내년 세계 47개국에 파견할 지역전문가 350명을 선발했다. 지난해와 같이 전체 인원 중 3분의 1이 넘는 120여명을 중국으로 파견키로 해 다시 한 번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이와 함께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신흥국으로 파견되는 지역전문가 숫자도 늘었다.
삼성은 매년 계열사별로 사업 특성에 맞는 지역에 지역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주력인 전자 쪽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시장의 전문가 인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중국, 동남아, 인도와 같은 이머징 마켓으로 파견을 보내고 금융권은 금융 시장의 중심인 뉴욕, 홍콩, 런던 등으로 파견을 보내는 식이다.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파견국가와 인원 등은 유동적으로 변경된다.
삼성의 '지역전문가'는 지원제가 아닌 선발식으로, 팀내 추천을 받은 대리·과장급 인력 중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를 통과한 직원이 최종 티켓을 획득하게 된다. 선발을 위한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에서는 주로 1년간의 계획과 프로그램, 지역연구 테마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같은 과정을 통과한 뒤 최종적으로 지역전문가에 선발된 직원들은 10주 동안 파견될 국가의 언어를 교육받은 후 9개월~12개월 간 지역전문가로 현지 생활을 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지역전문가'는 특별한 업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현지 생활을 즐기는 특권이 주어진다.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역전문가들은 1년 간 '현지 언어 마스터', '현지 인맥 네트워크 구축', '현지 문화·산업의 이해'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단순한 해외 연수를 뛰어 넘어 진정한 현지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오면 본래 업무에 복귀하게 되며 향후 주재원이나 해외 법인장 등으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과거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을 다녀온 직원 중 절반 이상은 주재원이나 해외 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전문가는 책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연수의 개념이 아니라 현지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구석구석 그 사회를 들여다보고 현지 친구도 사귀라는 이건희 회장의 뜻이 담겨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지역전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챌린징(도전의식)'"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은 지난 1990년 삼성전자가 도입한 글로벌 시장개척 및 인재 육성 제도로, 삼성은 이를 통해 지난 20여년간 5000여명의 글로벌 전문인력을 육성한 바 있다.
지역전문가로 선발된 삼성 직원들은 업무에서 벗어나 1년간 해외에 머물며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 산업을 배우게 되며 말 그대로 '현지 전문가',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