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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자기업들간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이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두 기업간 감정 싸움만 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 가전제품 유통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 4대가 잇따라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한지도 벌서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건 전혀 없이 궁금증만 가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단순하게 "했다. 안했다."만 답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100일 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LG전자가 갑자기 삼성전자 임직원 맞고소에 나서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형국이다.
특히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온 대기업 사장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측에서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이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삼성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파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LG전자 조성진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이번 주 중으로 조 사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인 CES 참석을 이유로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한 상태다. 내년 1월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7일 H&A 사업본부장으로서 주재하는 첫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 사장이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 듯 검찰 조사에 응해 '세탁기를 파손했다' 또는 '안 했다'라는 사실여부만 밝히면 마무리 될 일이지만, 조 사장이 계속해서 조사에 불응하는 등 사건 수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출국금지를 내렸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세탁기를 파손 했는지 안했는지가 핵심"이라며 "단순하게 파손을 했다면 사과 한 마디면 될 일(맞소송)을 키워, 이제 (삼성 측에) 사과를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호미로 막을 일을, 이제는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
LG전자 사건 발생 100여일 만에 맞고소 왜?
현재 LG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를 한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동영상을 보면 손괴된 세탁기는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면서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증거위조라고 주장하는 해당 동영상은 파손 사건이 일어난 후 언론사들의 요청과 자체적으로 증거를 남겨놓기 위해 삼성 직원이 당시 상황을 재연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도 넘어선 시점에 LG전자가 '삼성전자 임직원 맞고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LG전자가 지적하는 '삼성전자의 CCTV 위조'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LG전자가 주장하는 해당 CCTV 영상은 삼성전자 측이 자사의 증거 마련과 언론사들의 요청으로 제작한 것일뿐, 검찰에 CCTV를 위조해 제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검찰과 삼성전자, 사건 관련 취재진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검찰,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 관련 조성진 사장 출국금지 왜?
이번 사건의 관건은 검찰이 왜 세계 최대 가전쇼가 예정된 시기에 조 사장에 대한 '출금' 조치를 내렸느냐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사건처럼 대한민국을 흔들어놓는 희대의 사건이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 출국금지 처분을 내리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도주 우려가 적은 대기업의 사장을 출국 금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과 관련해 업무 등의 핑계로 조사를 지속적으로 미루자 다음달 10일까지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이처럼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사장을 출국금지까지 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상 검찰이 조성진 사장을 단순한 참고인을 넘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본 것이다.
현재 조성진 사장은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한 뒤 출석하겠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LG전자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다음달 10일까지 조 사장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이에 LG측은 CES 후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며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통상 출국금지는 출입국관리법 제4조에 따라 형사재판에 계속(係屬) 중인 사람이나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이 끝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지 아니한 사람 등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또는 경제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그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진다.
아울러 소재를 알 수 없어 기소중지결정이 된 사람 또는 도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 수사진행이 어려운 사람과 기소중지결정이 된 경우로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등이 출국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실의 화살표가 어느 쪽을 향하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든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성진 LG전자 사장 또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길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 검찰 증거 제출 CCTV 영상 무엇이 담겼나?
실제 삼성전자가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CCTV 영상에는 조 사장이 직접 삼성 세탁기의 문을 여러 번 여닫으며 위에서 누르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당시 잘못을 인정하고 빨리 사과를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순 세탁기 파손은 차치하더라도 신제품 개발을 위해 밤낮으로 일해 온 우리 제품을 폄하한 것에 대해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나올 때 분명 파손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 했다"면서 "사건 발생 처음부터 파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회사의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가면서 그런 행위를 했겠느냐? 세탁기를 파손 했다는 것은 삼성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검찰 조사가 끝나면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LG전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 조사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사실상 검찰 조사를 피하고 있는 것은 LG 측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조 사장 등이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 사장과 LG전자 세탁기 담당 임원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