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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성낙인 총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국립대학 법인의 새로운 발전모델 정립과 대학정신의 회복, 선한 인재 육성, 학문의 선도자적 역할과 사명 등을 강조했다.
성낙인 총장은 "국립대학 법인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고, 대학정신 회복을 위해 순박하고 순수한 초심과 선의지(善意志) 확립이 필요하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으로 무장한 참된인재, 선한 인재를 양성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낙인 총장은 "신학기부터 차상위 계층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토대를 제공하고자'선한 인재 장학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한인재 장학제도'는 생활비가 곤란한 학생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어 성낙인 총장은 서울대 고유의 지식창조 모델 확립, 인류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의제 발굴,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 도출 등 미래를 향한 서울대의 새로운 책무를 제시했다.
서울대는 2일 오전 10시 문화관 중강당에서 성낙인 총장, 보직자, 교수, 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시무식을 가졌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이다.
<서울대 성낙인 총장 2015년 신년사>
존경하는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의 해가 밝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주시는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새해에도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과 만복을 누리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사다난했던 갑오년(甲午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기대와 희망 속에 새해를 맞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총장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신년이기에 남다른 감회와 함께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신세기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립대학이라는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사상 초유의 국립대학법인 체제로 전환된 지 벌써 3년이 지나 서울대학교는 법인체제의 제도적 기반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이념에 기초하여 국립대학 법인체제의 발전 기초를 튼튼히 하는데 우리 구성원 모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새로운 발전 모델의 정립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법인 체제의 거버넌스 구조를 비롯하여 교육·연구시스템, 재원기반, 재정회계운영, 재산관리, 인사관리 등 대학운영 전반에 국립대학과 법인 체제가 여전히 혼재해 있는 상황으로, 구성원들 역시 체제 전환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해서도 국립대학법인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분명한 모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처음 의도하였던 '국립대학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개별법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울대학교의 확실한 모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점에서 우리는 물질적 성과지상주의나 현란한 임기응변을 배척하고 대학정신을 회복하기 위하여 순박하고 순수한 초심과 선의지(善意志, guter Wille)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있어서는 안 될 여러 일들로 가슴 아파했고, 특히 학내외적으로 만연했던 비인간적인 일들은 슬픔을 뛰어넘어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순박한 초심과 기본을 저버린 결과로써, 무분별한 경쟁과 과도한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한 개인성취 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정의 구현과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성체여야 할 서울대학교 역시 개인주의와 도덕적 위기가 감도는 무표정한 교정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서울대학교가 나아갈 방향의 하나로 '선(善)한 인재상' 정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선의지가 충만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지식활동 또한 선의지로 충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이 내세우는 지성·기지·판단력·재능·초지일관성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선의지가 우리의 의지작용 전체를 관통하고 생활의 근본을 구성하도록 확립하는 것이 서울대학교 이성의 도덕적 사명일 것입니다.
선의지는 우리 모두의 의지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국가와 국민, 나아가 세계가 서울대학교에 바라는 것은 어떠한 난관이 오더라도 이러한 선의지를 굳건하게 실천하는 꿋꿋함입니다. 선의지는 상대방을 배척하는 배타적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우리 모두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공동체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기초하여 인성을 회복함으로서 인류에 대한 배려심과 이타심(altruism)을 복원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길에 서울대학교가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으로 무장한 참된 인재, 즉 '선한 인재'를 양성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신학기부터 차상위 계층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 토대를 제공하고자 '선한 인재 장학제도'를 시행하고자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물질적 소여의 부담으로 인하여 선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학문의 선도자적 역할과 사명에 충실해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학문의 철학적 기반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분자화된 학문체계의 울타리를 넘어 지식생산 체계를 창조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과 함께하는 서울대학교 본연의 모습이자 서울대학교가 추구하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서울대학교는 그동안의 발전을 토대로 국가를 넘어 세계 차원에서도 새로운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고유의 지식창조 모델을 세계사적 차원에서 확립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의제를 발굴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학문의 중심으로서 서울대학교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학문의 지정학적 세계 질서(geopolitics of academic knowledge)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통해서 학문공동체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격변하는 오늘날의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되물으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총장이라는 막중한 책무 앞에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 하는 대학(SNU with Pride)',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학(SNU with People)', 그리고 '세계와 함께하는 대학(SNU with World)'을 서울대학교의 미래상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초석이 되고자 다짐했습니다.
새해를 맞는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와 과제를 결연히 실천해갑시다. 서로를 신뢰하고 격려함으로써 공동체적 가치의 핵심인 공동선(共同善)이 실현되는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우리 모두 함께 성찰하고 함께 실천하는 乙未年 靑羊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