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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손님의 이른바 '갑질' 사건의 배경이 백화점쪽으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대표 서비스업인 호텔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호텔의 경우, 백화점보다 고객의 만족과 그에 따른 대외 평판이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종사자들이 눈물과 함께 억울함을 삼키고 고객의 무리한 요구까지 모두 받아주는 경우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15일 서울시내 특급호텔 소속 호텔리어들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실제로 겪은 '황당한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A호텔에선 한 여성 고객의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 때문에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전체가 말 그대로 '뒤집힌' 적이 있었다.
고가의 피트니스 센터 회원으로 자주 호텔을 찾은 이 여성은 어느 날 운동을 마친 뒤 자신의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졌다며 호텔측에 도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트레드밀과 수영 등 운동 내내 뺀 적도 없는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 이 여성의 주장이었다.
호텔 측은 혹시나 운동 중 반지가 빠졌을 경우를 가정하고 피트니스 센터가 쉬는 주말마다 모든 운동기구를 들어내고, 실내 트랙의 인조 잔디까지 걷어내며 3주에 걸쳐 샅샅이 뒤졌다. 심지어 수영장 물까지 모두 빼 바닥도 살폈지만 결국 반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포기한 호텔이 배상 건을 논의하러 해당 고객에게 전화하자 허탈하게도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 반지가 우리 딸 집에 있었네요."
B호텔 직원들은 정전 사고를 낸 고객으로부터 오히려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했다. 정전 신고를 받고 한 객실로 뛰어가보니, 콘센트 합선 사실이 확인됐다. 호텔 벽에는 대부분 해외 전자기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세 개 구멍이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멀티콘센트가 쓰이는데, 술취한 고객이 억지로 대각선에 위치한 두 구멍으로 플러그를 끼운 것이다.
호텔 직원이 이 같은 원인과 상황을 설명하자, 남성 고객은 다짜고짜 그런 일이 없다며 "나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냐. 왜 기분 나쁘게 생글생글 웃고 비웃느냐"며 한동안 '난동'을 부렸다.
이 밖에도 호텔들은 고객이 호텔 주차장 CCTV 사각지대에 차를 뒀다가 "없던 흠집이 생겼다"고 우기면, 밖에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크더라도 고객과 법적 분쟁까지 가지 않고 대부분 보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또 입실과 퇴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례는 너무 흔해서 호텔리어들에겐 '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것.
규정상 호텔 입실은 오후 3시 이후, 체크아웃은 낮 12시 이전이나 일부 국내 고객들은 오후 3시 이전부터 프런트에 와서 체크인을 요구한다. 심지어 "줄 서는데 20분 걸렸는데 이 시간 보상할거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퇴실을 앞둔 상황에서 1~2시간 연장을 조르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일부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사실 호텔로서는 인터넷이나 SNS 등의 소문과 평판을 고려해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어 고객들이 이를 악이용하고 있다는 게 호텔업계 측의 설명이다.
한 호텔리어는 "대부분의 고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호텔 서비스를 즐기며 쉬시는데, 소수이긴 하지만 입실에서 퇴실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모든 것을 누리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요구하는 고객들은 그 어떤 서비스에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