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펙 다운그레이드 해놓고 별도 공지 없어" 지적
  • ▲ 국내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기가바이트 리비전에 대해 항의글. ⓒ뉴데일리경제.
    ▲ 국내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기가바이트 리비전에 대해 항의글. ⓒ뉴데일리경제.


    대만의 메인보드 제조사 중 하나인 '기가바이트(GIGABYTE Technology)'가 최근 새 메인보드를 출시한 가운데, 제품 스펙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제품이면서도 이전 버전보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자, 바뀐 스펙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인보드는 CPU와 램, 그래픽 카드 등의 부품이 장착되는 메인 기판을 말한다. 마더보드라고도 한다.

    22일 컴퓨터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가바이트는 신제품의 스펙이 구버전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고지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메인보드의 주요 판매 경로인 온라인 쇼핑몰 내 '상품 정보란'에도 이런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의 유명 IT매체 '하드웨어 인포(hardware info)'도 최근 "지난해 기가바이트는 보급형 메인보드 제품군인 B85 시리즈를 버전 1.x에서 2.x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제품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큰 설계 변경을 진행했지만 이를 소비자들에게 상세하게 공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기가바이트가 제품 수명과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스펫(mosfet) 개수와 그에 따른 전원부 페이즈(Phase) 설계를 변경했으며, 이는 명백한 스펙 다운그레이드 작업"이라고 질타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PC 부품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나 쇼핑몰 곳곳에서 아직까지 구 버전(rev 1.x)의 이미지와 상품 정보가 버젓이 노출돼 있다. 구 버전과 새로운 버전의 제품들이 혼재돼 유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온라인 마켓 등에서 제품을 구매했다는 일부 고객은 "설계 변경에 대해 안내받지 못해 다운 그레이드된 2.x 제품을 샀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메인보드 제품은 버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면 제품의 스펙과 성능도 함께 향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조사들은 업그레이드 내용이 클 경우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하지만, 반대로 성능 향상 부분이 크지 않을 때에는 수정된 스펙 자료를 공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 PC 컴포넌트들은 문제점과 성능 개선을 위한 리버전이 잦은 편이지만 버전업을 하면서 제품의 성능을 다운그레이드시키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주요 부품 구성을 변경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공식사이트와 유통채널을 통해 이를 공시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제조사와 유통사는 제품의 변경 유무를 떠나 현재 유통,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줄 책무가 있다"며 "기본적인 덕목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불상사를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