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쇼핑객도 "오늘 무너지면 안되는데…" 덜덜덜매장에 '세일' 행사 포스터 걸어도 손님 뜸해 지하1층 누수 수족관·지하5층 진동 영화관 '휴관'안내만이 지하주차장도 '텅텅'…엘리베이터 지하4·5·6층 사용 제한매장 직원들 멍하니 선 채 사람 구경만…행사장도 썰렁
  • ▲ (왼쪽부터 시계방향) 진동이 발생해 보수공사에 들어간 5층 영화관, 손님이 보이지 않는 면세점 층 버버리 매장, 바닥 균열이 발생해 덧칠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는 지하 4층 주차장, 한산한 지하 2층 주차장, 균열로 인한 보수공사에 운행이 제한된 월드타워점의 엘리베이터 내부.
    ▲ (왼쪽부터 시계방향) 진동이 발생해 보수공사에 들어간 5층 영화관, 손님이 보이지 않는 면세점 층 버버리 매장, 바닥 균열이 발생해 덧칠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는 지하 4층 주차장, 한산한 지하 2층 주차장, 균열로 인한 보수공사에 운행이 제한된 월드타워점의 엘리베이터 내부.

     

    [르포]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개장 석 달. 지난해 11월부터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진 데다, 얼마 전 누수로 인한 수족관 영업정지가 치명타로 작용했는지 24일 주말 제2롯데월드타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점 매장마다 '세일'이라는 빨강색 행사 포스터를 크게 걸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지는 못했다. 매장 직원들도 멍하니 선 채 지나가는 손님들을 구경할 뿐 큰 손님이 오면 겨우 움직이곤 했다.

    주말 저녁 특수를 누리고 있어야 할 지하 행사장도 손님이 뜸했다. 행사장 한 직원은 "고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그나마 지난주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회복 기미가 없어 우려가 크다"며 한숨을 지었다.

    문제가 됐던 지하 1층 수족관 입구는 철창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매표소에서는 세 명의 여직원이 "현재 수족관은 안전점검이 진행 중으로 휴관"이라며 "서울시에서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재개장 여부는 알 수 없다"고만 반복 안내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살펴 보니 1~5층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손님들의 손에도 쇼핑을 본 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무너지면 안 되는데"라고 대화를 나누는 여성손님들도 있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사고 소식이 들려왔으니 찾아 오는 손님들도 극도로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5층 수입 매장의 한 담당자는 "언론에서 이곳 사건 소식이 줄이어 보도된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손님들이 빨리 훑고 지나가는데, 점차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해보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지상 5층 진동이 발생했던 영화관에는 '임시휴관'을 알리는 전광판과 출입 통제 라인에 '영화관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만이 설치돼 있었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몇몇 손님들 뿐이 없는 '휑'한 공간에선 그야말로 외국인들의 트럼펫 연주만 크게 울릴 뿐이었다. 

    6층 면세점은 그나마 대여섯씩 몰려다니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이라 하소연하는 식당들보다는 한결 나아 보였다. 하지만 곳곳에서 셀카를 찍는 외국인들과 특히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요우커들의 목소리만 들려올 뿐 내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주차장도 텅텅 빈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닥 균열로 시민의 불안감에 불을 지핀 지하주차장은 지하 2층과 3층만이 정상 운영됐고, 지하 2층의 차량만이 드물게 주차된 상태였다. 월드타워점 엘리베이터도 지하 3층까지만 운행을 하고 있었고, 이하 층은 '부정지층'이란 메모가 붙어있었다. 지하주차장 안내요원은 "에비뉴엘점 엘리베이터는 지하 4층까지 운행을 하지만 이곳은 최근들어 사용이 제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차량이 오르내리는 통로를 따라 지하4·5·6층으로 걸어 내려가보니 균열이 깊었던 지하 4층의 경우, 움푹 패였던 틈 위에 덧칠을 해놓아 육안으론 미약한 실금만이 보일 뿐이었다.

    롯데 측은 "어떤 콘크리트 구조라도 이 정도의 미세한 균열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시 한 매체가 보도했던 지하 주차장의 균열 사진은 조금 과장되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빛을 받으면 심각성을 일깨워주듯 흔적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면서 건물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롯데의 끊임없는 해명에도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쇼핑을 하러 온 이재영 (31‧여)씨는 "주위에서 '그래도 완공되기 전까지는 안 무너지니 지금 많이 가둬라'라는 말을 했다"며 "궁금해서 와보긴 했는데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서울시의 '사용승인 취소' 경고에 뒤늦게라도 '안전관리본부'를 출범하는 등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시민들의 불안함과 외부 싱크홀 문제를 둘러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조속한 해결이 필요해 보였다. 보다 체계적인 운영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 진동이 발생해 보수공사에 들어간 5층 영화관, 손님이 보이지 않는 면세점 층 버버리 매장, 바닥 균열이 발생해 덧칠했지만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는 지하 4층 주차장, 한산한 지하 2층 주차장, 균열로 인한 보수공사에 운행이 제한된 월드타워점의 엘리베이터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