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 대여사의 1회용 필터 위험성 경고 캠페인
K컵을 죽여라 - 캐나다 Egg Studios, Halifax 

  커피는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음료다. 14세기 아라비아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커피 작물은 그 중독성 덕분인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계를 석권하게 됐다.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원두는 786만 톤이 넘는다. 차와 마찬가지로 향과 맛을 우려낸 후 대부분을 폐기한다. 

  커피의 향은 휘발성이 강하다. 갓 우려낸 커피가 더 맛있는 이유다. 진정한 커피 애호가들은 그래서 캔 커피 같은 인스턴트 커피음료를 외면한다. 제대로 즐기려면 사이펀이나 프레스, 에스프레소 주전자 등을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중 어느 방식도 정신없이 바쁜 현대사회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1993년, 큐어릭(Keurig)이라는 미국 기업이 K컵이라 불리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컵에 필터와 함께 커피를 담아 팔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우악스러운 ‘인스턴트’ 방식에 경악하던 커피 애호가들도 이내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큐어릭 외의 여러 식품회사에서 K컵 방식의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폐기물이다. 2014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이 버린 K컵을 늘어놓으면 지구를 11바퀴 돌 수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 앞바다의 물고기들이 카페인 중독에 걸린 것쯤은 애교에 속한다. 


  •   캐나다의 커피 회사 소셜 빈 구멧 커피(Social Bean Gourmet Coffee)에서는 최근 K컵 괴물들이 지구를 침공하는 광고를 발표했다. 소셜 빈은 K컵을 사용하지 않고 즉석에서 커피를 갈아 추출해주는 커피 머신을 대여하고 관리해주는 회사다. 이런 광고를 만든 건 ‘감히 큐어릭 같은 대기업의 비즈니스를 잠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K컵이 환경에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본래의 소박한 의도와는 다르게, 고질라나 닥터 후의 트레일러 같기도 한 이 광고는 관련 매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건 후 현장의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편집한 듯 현장감(?) 넘치는 이 필름 광고 속에서, K컵 괴물들은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해친다. 괴물의 모습과 달리 상황은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K컵 폐기물에 맞거나 짓밟히며 비참하게 죽어간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회오리바람이 휩쓸어 올린 개구리 떼가 비와 함께 내리면 사람들은 끔찍한 재앙이 다가오는 징조로 생각했다. 언젠간 태평양에 미국 텍사스 주 넓이만큼 떠다니고 있다는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지구 어느 곳에 비처럼 내릴 수도 있겠다. 광고에서 그랬듯 K컵 폐기물들이 비 오듯 쏟아지는 광경은 상상에 그쳐야 한다. 커피가 인류역사의 흐름을 그런 식으로 뒤틀게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