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석화제품 자급률 80% 육박... "대중국 수출액 5년만에 감소세"수지, 섬유, 고무 원료 17.2% 급감 등 스페셜티로 맞서야"범용제품 탈피 및 시장다변화 및 현지화 통한 변화 능동적 대처가 관건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자급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석화업계가 신규수요 창출과 스페셜티 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며 승부수 띄우기에 나섰다. 아직까진 중국의 기술력으로 따라오기 역부족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27일 국내 석유화학업계와 한국석유화학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금액은 6.2% 감소한 22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원유 정제능력이 하루 1300만 배럴에 달해 한국의 4.5배에 이르는 등 세계 정제능력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기술 장벽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규모 면에서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은 2012년 70.7%에서 2013년 78.5%로 급증했다. 특히 PVC(폴리염화비닐)의 자급률은 100%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2015년 석유화학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석유화학산업은 업황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중동산 제품 점유율 확대 등으로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부터의 수요 회복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석화업계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유가 급락,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규모가 감소하는 타격을 받았다. 이에 지속적인 북미, 동남아 시장 등 신규 수요 창출과 PIA(고순도이소프탈산) 등 스페셜티 제품으로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롯데케미칼의 PIA(고순도이소프탈산)은 PET병·페인트(자동차·선박용 도료)·접착제 등의 생산에 투입되는 원료로 전 세계에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스페인 등 7개국 8개사에서만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제품이다.

    롯데케미칼은 세계 5번째 독자 기술로 PIA를 개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PIA의 경우 수익성이 좋은 만큼 현 사업 기조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증설을 통해 해외 수요에 대처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9월 1일(우즈베키스탄 독립기념일)에 맞춰 에탄크래커의 기계적 준공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규모는 PE 39만t, PP 8만t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국내 NCC 업체 최초 해외에서 저렴한 에탄 Feed를 활용한 크래커를 건설한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Axiall)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설비(ECC) 건설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 내로 최종 결정을 통해 마무리짓게 된다.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으로 에틸렌을 생산할 경우, 원유 기반의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만들 때보다 원가를 절반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롯데케미칼은 2018년부터 연간 100만t의 에틸렌 상업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같은 에틸렌 사업이 롯데케미칼의 올해 최대 기대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확보한 에틸렌을 기반으로 연간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하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010년 호남석유화학 시절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회학 회사인 타이탄을 사들이는 등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한 시장 선점에 한발 더 빠르게 진행해 나가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중국 수출 물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 위기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동남아 등 신규 수요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범용제품뿐 아니라 스페셜티 제품 보급을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문제는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기존 시장을 강화하면서 수급 변화를 파악해 해외 신규 수요를 개척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전년 대비 9.61% 감소한 14조858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3502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제품의 내수와 수출 비중은 약 5:5이며 수출의 절반은 중국이 차지한다. 전체 매출 중 약 2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는 셈이다.

  • ▲ ⓒ한국석유화학협회
    ▲ ⓒ한국석유화학협회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부문 매출 17조2645억원, 영업이익 1조11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0%, 16.1% 금감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은 일부 감소했지만, 향후 제품 수급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제품 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임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석제 LG화학 사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꼭 필요한 투자에 대해서는 적재적시에 과감히 투자하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올해 설정한 사업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세도 이어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LG화학은 기술기반 사업 육성과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SAP(고흡수성 수지) 8만t 증설 등 시설 투자를 기반으로 SAP 사업을 더욱 더 키워나갈 방침이다.

    조 사장은 "SAP 사업은 수익성이 잘 유지되는 편이고 역량도 되기 때문에 여건이 되면 SAP 사업은 더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범용제품을 탈피하고 경쟁사와 차별을 둘 수 있는 스페셜티 제품이나 고부가가치 사업 부문에 역량을 더 기울이고 있는 곳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독일 바스프의 경우 폴리올레핀(PO)과 스티렌모노머(SM)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과 전자·농업화학에 대한 투자에 나섰으며 이탈리아 화학기업 베르살리스는 나프타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바이오와 그린케미칼에 집중하는 등 수익 기반 자체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기업 머크는 처음부터 기초화학제품보다는 스페셜티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도 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에 힘을 쏟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맞춰 한국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PX(파라자일렌) 등은 공급과잉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만큼 새로운 스페셜티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가서명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중국이 이온교환수지, 고흡수성수지(SAP), 폴리우레탄 등 국내 기업들이 강세인 품목과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의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이로써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합성수지, 함성고무, 합섬원료 등 3대 석화제품의 관세를 완전 철폐할 경우 수출이 약 14억달러 증가하는 만큼, 누구나 생산이 가능한 범용제품을 넘에 수요자 맞춤형 제품생산과 저가 원료와 시장을 찾아 시설을 확충하는 현지화 전략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