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화학 여수공장 '석유 혁신' 숨은 비밀은 '최고 효율 NCC'에틸렌 기준 에너지 원단위 세계 최초 '3천대 Kcal/Kg' 달성…"세계 에너지원단위 평균 절반 이하"

  •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 아니다. 석유에서 뽑아낸 고분자를 활용하면 수백배의 물을 담아낸다. 마술이다. 이 같은 기술은 이미 일상생활에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석유 한 방울이 전세계 모든 엄마들의 고민인 '뽀송한 아기 엉덩이'를 해결한다. 또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리는 여성들의 삶의 질도 이 기술 하나로 바뀌었다.

    200㎖의 우유팩 한개의 물을 고분자 2g이 흡수해 버리는 기술을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미 보편화 돼 일상생활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효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에 자리잡은 LG화학의 용성단지의 SAP 공장.



  • 굴뚝 모양을 한 수십개 반응탑과 파이프라인으로 둘러싸인 석유화학 공장 내 외부와 완전 차단된 공장은 기자의 눈에 쉽게 띄었다.

    SAP 공장은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달리 반응기 등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기 때문이다.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작은 먼지나 벌레 같은 이물질의 유입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LG화학 여수 SAP(Super Absorbent Polymer. 고흡습성수지) 공장은 연산 28만t 규모로 글로벌 점유율 4위다. 생산량 90% 이상은 아직도 출산율이 높은 중국, 인도 등 해외로 수출된다. 특히 사업진출 7년만에 글로벌 1, 2위 기저기 및 여성용품 생산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AP는 물질 자체 무게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고분자 물질로, 90% 이상은 기저귀 제조에 사용되며 나머지 10%는 여성용 제품 및 아이스팩 등 기타 제품 제조에 사용된다.

    SAP으로 만드는 제품이 기저귀, 위생용품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는 특성상 최근 위생제 고급화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출산율이 높은 남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연간 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SAP 분석실을 들어가자 연구원들은 물성 중 가장 중요한 흡수능력을 직접 확인해줬다. 200㎖의 물을 비이커에 담은 후 SAP 2g을 넣자 약 1분만에 수분을 모두 흡수해 비이커를 뒤집어도 물이 떨어지지 않는 겔 형태로 변화됐다. 직접 만져보니 말랑말랑한 촉감을 느낄 수 있었고 손에 묻어나지도 않았다.

    SAP의 종류는 무정형(막 찢어진 형태)이나 특수용도(포도알같은 알갱이 형식)로 나뉘는데 LG화학은 무정형이다. 이는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기저귀 하나에 10g의 SAP가 들어가게 되는데, 최근 슬림한 기저귀의 선호도가 높아져 펄프를 제거하고 SAP의 투입량을 늘리는 추세다. 실제로 펄프가 없어도 SAP가 그 기능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석유를 활용한 SAP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생산된 천연소재(펄프) 전부를 기저귀에 사용해도 모자랄 수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석유개발과 관련한 대규모 환경파과와 사고 발생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석유를 부정적인 측면에서 '악마의 눈물'로 부르지만, 반대로 석유가 없었다면 인류는 이미 천연소재 고갈로 파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이처럼 소중한 석유자원을 활용한 LG화학의 혁신은 지금도 지속된다.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증설을 시도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8만t을 추가로 확보하면 사업진출 7년만에 5배인 연산 36만t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원가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송희윤 공장장은 "짧은 기간에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LG화학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R&D 역량과 뛰어난 영업력,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차원 높은 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라고 자신했다.



  • LG화학 '석유의 혁신' 숨은 비밀은… "세계 최고 효율의 NCC"

    '석유의 혁신'을 위한 LG화학의 노력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신증설이 진행돼 온 저가 에탄을 기반으로 한 전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크래커는 석유기반 나프타 대비 원가 경쟁력이 3배 정도 더 높다. 사실상 에탄베이스 크래커가 쏟아 내는 범용소재들에 대한 NCC(Naphtha Cracking Center)의 경쟁은 단순 수치로 봤을 때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탄의 경우 대부분 에틸렌 생산에 그치지만, 나프타의 경우 갈수록 고급화되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프로필렌이나,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 등의 기초유분 수율이 높다.

    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의 설비 효율화 역시 에탄과의 경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 세계 최초 3천대 에너지 원단위 달성, 95%의 에너지 효율을 보유한 17기의 분해로, 자가 발전기 폐열 회수 시스템, 24시간 운영 컨트롤룸 보유 등 LG화학 NCC 공장을 대신하는 수식어다.

    LG화학의 NCC공장 GS칼텍스와 연결된 파이프 라인으로 공급되는 나프타(Naphtha)에서 시작된다. 부족한 물량은 싱가포르 등 석유시장에 수입해 보충한다.

    나프타(Naphtha)는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기초 원료가 되는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추출한다. 이 기초유분은 다시 중합 등 가동공정을 통해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으로 변화된다.

    LG화학은 초기 11기의 분해로를 시작으로 6기를 추가해 총 17기의 분해로를 보유하고 있다. NCC 설비는 80~90일에 한 번 코크스 등 그을음 제거를 위해 셧다운(가동중단)을 해야만 하는데, 17기의 분해로의 스케줄 조정을 통해 공급차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NCC 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얼마나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느냐를 두고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

    에틸렌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하는데, LG화학 NCC공장은 세계에서 에너지 원단위가 가장 낮다. 쉽게 말해 동일한 양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가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완료된 증설을 통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에틸렌 기준 세계 최초로 '3천대 Kcal/Kg' 수준의 에너지 원단위를 달성했다. 에틸렌 1Kg을 생산하는데 3천대 Kcal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으로, 마의 4천대 에너지 원단위를 깬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전 세계 115개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500대인 것을 감안하면 LG화학 여수NCC공장은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동일한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에너지 원단위가 낮은 순서대로 기업들을 나열했을 때 1등군 대부분 한국 기업"이라며 "우리나라에는 6개사가 11개의 NCC공장을 운영중인데, 1년마다 한 번씩 기술교류를 통해 개선작업을 한다"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조직원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에탄분해로와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열악한 구조에서 세계 최고의 효율성이 나온 것이다.

    김영환 공장장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은 우리가 생산하는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성공체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활동을 통해 LG화학 기초소재사업부문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수 부회장 역시 "전 세계 기업들 중 에너지 원단위가 가장 낮은 기업 1~3위가 모두 한국 기업"이라며 "앞으로 원가경쟁력과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