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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는 단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1년에 몇차례 식사나 하는 친목단체 수준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가장 먼저 설명한 내용은 우리은행 최대 현안인 '민영화 해결'이나 '수익성 강화'가 아니었다. 이날 이광구 행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힌 내용은 다름아닌 ‘서금회 논란’이었다.
이날 이광구 행장은 선임 과정에서 거론됐던 서금회 논란과 정치권 내정설을 일축했고, 서금회의 영향력을 강하게 부인하며 그동안 불거졌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광구 행장의 취임식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을 둘러싼 '정치금융' 구설수는 그렇게 조용히 매듭을 짓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신임 사외이사 후보 명단을 공개한 이후 우리은행은 또다시 '서금회', '정치금융' 홍역을 앓고 있다. 학계나 여성계 출신인 줄 알았던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서금회 회원이거나 정치권 관련 인사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의 인사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며 우리은행 사외이사 인사 전면 취소 요구까지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까다로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때문에 어쩔 없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사외이사의 자격요건으로 금융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사외이사 내 설치되는 보상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에는 금융, 회계, 재무분야 경험자 1인 이상이 중복되지 않아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모범규준에 딱 맞는 사외이사를 찾기 어려워 인사풀(pool)운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적용되는 인사를 찾기 힘들고, 먼저 직업군부터 고려하다보니 출신학교가 겹치거나 정치 활동 이력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서 까다로운 모범규준에 부합하는 인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우리은행이 지난해 서금회, 정치금융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여전히 낙하산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사외이사는 최고경영자(CEO)․경영진의 비리나 경영상 부조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CEO와 같은 사조직 출신은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배제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시되지만, 정치금융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취임식을 끝마치며 성공적인 민영화, 금융산업 혁신선도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발표하고 새로운 우리은행으로 거듭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치금융으로 얼룩진 우리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2015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