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성사 "저축은행·예보 갑질 횡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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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운규 선생의 항일민족영화 '아리랑'이 처음 상영되는 등 109년 역사의 국내 최초 극장인 '단성사'가 건물주와 채권단 간 채무 분쟁을 겪다가 마침내 경매에서 낙찰, 끝내 부활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 32억원도 회수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중 가장 지분이 많은 예금보험공사(예보)는 12일 실시된 4차 경매에서 단성사 건물이 575억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단성사 건물 리모델링 공사에는 607억원(단성사 측 주장)의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이 투입됐고, 해당 저축은행들이 부실화되면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채권을 인수한 예보는 최소 32억원 이상을 날릴 위험을 떠안게 됐다.

     

    예보 관계자는 "단성사에 대한 정확한 채권액수는 개인신용정보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성사 채권단은 예보 외에도 우리은행과 증권사 포함, 모두 13곳이며 선순위로 조세채권도 있다. 채권단은 구 건물주의 개인재산 가압류 등으로 회수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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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결과에 대해 단성사 측과 채권단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다.

     

    지난 2008년 부도처리된 단성사를 인수해 운영해 온 '아산엠단성사' 이상용 회장은 12일 한 일간지에 게재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의견광고를 통해 "부실 저축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맞추기를 위한 무리한 대출회수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미숙한 대처로 단성사는 준공검사 후 3년동안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산엠단성사는 단성사를 부활시킨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주얼리상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재와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07억원을 투입,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었다.

     

    이상용 회장은 "신탁계약서와 대출약정서에 원리금 상환 및 자금조달방법은 등기분양 및 전.월세, 임대차 계약을 통해 상환하는 것으로 계약했음에도 불구, 예보와 저축은행은 단 1회도 등기분양은 커녕 임대차계약 조차 승인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감정가 1200억원의 단성사 건물은 (유찰을 거듭하면서) 500억원의 가치로 경매 진행중"이라며 "예보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200억원 이상이 회수불능 상황"이라며 "국민혈세 200억원이 예보의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상용 회장은 "저축은행들이 대출시 금융알선수수료 라는 명목으로 약 70억원을 '선 갈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채권단은 "단성사측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허위 주장"이라며 "그 동안 대주단회의를 9번 개최하고 정상화기회를 2번 제공했으며 공매절차도 3번 연기해주는 등 충분한 정상화 기회를 줬다"고 반박했다.

     

    예보 관계자는 "단성사 건물 분양을 위해서는 우리보다 선순위 채권인 조세채권과 우리은행 채권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데 합의해놓고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며 "임대 역시 선순위 채권자가 많은데 세입자가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적자금 미회수 부분에 대해서는 "애초에 저축은행들이 너무 많이 대출을 해 준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