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인 석화분야 6곳 중 4곳 적자... "순손실만 1100억 수준"자급률 2009년 61%서 2014년 79%까지 상승ABS, EP, SAP, PVC, EVA 등 스페셜티로 방향전환박진수 부회장 "포트폴리오 다양화, 프리미엄제품 차별화로 따돌릴 것"
  • ▲ LG화학의 ABS 수지 제품 ⓒLG화학
    ▲ LG화학의 ABS 수지 제품 ⓒLG화학


    규모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중국과의 격차가 '원가경쟁력'에 있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국내 석화업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올리고 있는 LG화학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전체적인 제품의 프리미엄화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LG화학에 따르면 전체 사업 중 석유화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 이중 3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석화업계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09년 61%에 불과하던 중국의 자급률은 지난해 79%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중국이 석유 기반 나프타 대신 석탄과 셰일가스 등 자국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해 제품생산에 나서면서 규모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석유 기반의 국내 화학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석탄화학을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과 달리 석유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의 경우 원가경쟁력에서만 뒤질수 밖에 없다. 원료부터 20~25% 저렴하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의 중국법인의 경우 기초원료 생산 단계가 갖춰지지 않아 한국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중국 현지에서 직접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로 인한 운송비나 원료비의 추가 지출로, 현지에서 원료부터 제품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수직계열화를 이룬 중국 업체에 비해 원가경쟁력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이 같은 난관에 직면한 LG화학은 '기술력'과 '품질 강화(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으로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초 3000대 에너지 원단위 달성... 추격할 수 없는 '기술력'으로 승부
    여수에 위치한 LG화학의 NCC공장은 전 세계 115개 NCC공장 중 세계 최초로 3천대 에너지원단위를 달성했다.

    에너지 원단위는 쉽게 말해 에틸렌 1kg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이다. 동일한 양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LG화학의 여수 NCC공장이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나프타(Naphtha)는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기초 원료가 되는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추출해야 한다.

    이처럼 NCC 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얼마나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느냐를 두고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에너지원단위에서 마의 4천대를 깨는 등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앞으로 원가경쟁력과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같은 에너지 절감은 생산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LG화학이 생산하는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

  • ▲ LG화학 여수 NCC공장 ⓒLG화학
    ▲ LG화학 여수 NCC공장 ⓒLG화학



    투자만이 살길... "ABS·SAP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신증설"
    LG화학은 기술력으로 중국의 원가경쟁력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아직까지 중국의 기술로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국의 독주 체제 위험을 막을 방침이다.

    LG화학은 현재 여수공장에서 진행 중인 SAP 8만t 및 아크릴산 16만t 증설과 함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사업인 ABS에 대한 10만t 규모 증설을 진행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사업 1위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 1등 제품인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 고기능합성수지)는 청소기, 세탁기,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에틸렌으로 만든 SM에 부타디엔 등을 섞으면 ABS가 탄생한다.

    이러한 ABS는 전 세계 수요가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3~40만t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뛰어난 수익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글로벌 시장을 정복하고 있는 것은 ABS 뿐만이 아니다. LG화학의 'SAP(Super Absorbent Polymer, 고흡습성수지)'는 국내 석화업계 뿐만이 아닌, 전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LG화학 여수 SAP 공장은 연산 28만t 규모로 글로벌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8만t을 추가로 확보하면 사업진출 7년만에 5배인 연산 36만t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생산량의 90% 이상은 아직도 출산율이 높은 중국, 인도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글로벌 1, 2위 기저기 및 여성용품 생산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AP는 물질 자체 무게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고분자 물질로, 90% 이상은 기저귀 제조에 사용되며 나머지 10%는 여성용 제품 및 아이스팩 등 기타 제품 제조에 사용된다.

    SAP으로 만드는 제품이 기저귀, 위생용품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는 특성상 최근 위생제 고급화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출산율이 높은 남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연간 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LG화학은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PE(폴리에틸렌) 제품의 90% 이상, ABS 제품의 80% 이상을 고부가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현재)전반적으로 업계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LG화학은 포트폴리오 및 프리미엄제품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수익성도 상당하다"며 "중국 기업들이 못 만드는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으로 끊임없이 도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