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헤게모니 쫒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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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비리' 1호 기업으로 떠오른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팔색조 변신이 화제다. 성 회장이 친이계로 분류되면서 MB정권 타깃설이 무성하지만 정작 그동안의 그의 궤적을 보면 역대 정권 마다 권력의 헤게모니를 쫓아 오락가락하는 전형적인 부나방형 인사였다.
4수를 할 만큼 국회의원에 목을 메던 그의 정계 입문은 JP계였다. 성 회장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출마하려다 공천에서 탈락했다. 4년 뒤인 2004년 16억원을 내고 자민련 전국구 2번을 꿰찼지만 정당 득표율이 3%에 미치지 못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DJP 연합정권시절이던 2003년 경남기업을 인수해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지방의 건설업체가 대그룹 소속의 건설사를 인수한 배경이나 당시 정권의 한축을 맡고 있던 연합정당의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무렵 그는 야당을 이끌던 YS 쪽에서도 전국구 제의를 받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야당쪽이라 거절했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지난 2013년 국회에서 출범한 JP를 재평가하기 위한 모임인 '운정회'의 부회장직을 맡았다. 얼마전 JP의 아내 상가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것도 그였다. 여야의 자민련계 인사들과 십수년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완구 총리 청문회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성 회장은 충청포럼 회장자격으로 적극적으로 지역에서 이 총리를 도왔다. 이 총리의 사정선언 이후 첫번째 대상이 그의 회사가 된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짧은 국회의원 생활을 접은 그는 지난해말 뜻밖에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측근으로 다시 부상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에게 이른바 반심을 전한 측근으로 지목된 것이다.
반 총장의 동생이 그의 회사인 경남기업에 고문으로 있고 반총장이 그가 오랫동안 주도해 온 충청포럼 회원이라는 사실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충청포럼은 서산장학회와 더불어 그가 가장 공을 들여온 조직이다.이회창, 정운찬 등 기라성같은 여야 정치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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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경남기업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던 그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눈먼 돈 시비를 낳고 있는 '성공불 융자' 도 그 때 가 시작이었다.
두차례의 특별사면을 통해 오명을 씻은 것도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던 시절이었다. 2005년 5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성 회장은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집행유예 잔형이 면제된다.
성 회장은 특사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행담도 공사 시공권을 받는 대가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참여정부 인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인민방 컨소시엄에 참여를 하려다가 언론노조로부터 극심한 저항을 받았던 것도 이 즈음이다. 성 회장은 2심 판결 이후 상고하지 않았고 재판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나 또 다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MB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그는 국회입성 성공과 함께 더욱 날개를 달았다. 이상득 전 의원 등 정권 실세들과 교류하며 사업영역을 넓혔고 특혜설을 낳으며 이례적으로 두차례 워크아웃도 받았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에다 단돈 1000원으로 2조원대 기업을 일궜다는 입지전적인 인물, 1000명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40여년간 생일과 명절을 빼곤 매일 각계각층 인사를 초청해 조찬을 했다는 마당발 인맥.
그동안 그를 지칭하던 각종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성공이력 뒤에 숨겨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