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자동차, '모터-배터리'로 가는 사실상 전자제품"3D 프린터로 차체 만들고, 각종 전자제품-전장부품 붙이면 완성"전자업체 "순수전기차 성장 대비해 연구 중...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라 섣부른 진출은 어려워"
  • ▲ 전기자동차의 종류 ⓒ삼성SDI
    ▲ 전기자동차의 종류 ⓒ삼성SDI

     
    전기 자동차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TV, 냉장고, 세탁기를 만들던 전자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내연 기관과 병행으로 운행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에 이어 전기자동차(EV)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가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가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모터, 배터리를 사용하는 사실상 전자제품으로 변신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업계는 오는 2020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모터와 배터리로만 구동이 가능한 순수전기차인 EV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EV는 3D 프린터로 차체를 만들고 각종 전자제품과 전장부품을 붙여 전기차를 완성한 뒤 모터와 배터리만 넣으면 되는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진화해 전자업계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30일 삼성SDI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전기자동차 유형은 HEV다. 그러나 친환경 이슈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 대비 전기모터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은 HEV에서 충전이 가능한 PHEV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HEV 모델 보다 PHEV 모델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는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확보한 HEV가 대세지만 오는 2016년~2017년에는 HEV를 넘어 PHEV가, 2017~2020년에는 EV가 본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각국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관심과 정책, 전기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며 순수 전기자동차인 EV 시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HEV(Hybrid Electric Vehicle),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적이다. 화석연료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PHEV와 동일하지만 배터리를 따로 충전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HEV는 정상 주행할 때에는 엔진을 주로 사용하고 시동을 걸 때나 고속 주행 등 더 큰 출력이 필요할 때에는 전기모터를 보조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운전자)들은 '배터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 충전해야 한다'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배터리 충전이 자체 동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기 충전소 등의 인프라가 필요치 않아 보급이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ZEV(Zero Emission Vehicle) 규제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부터 HEV를 전기자동차 기준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정 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ZEV는 '제조사는 연간 판매량 대비 일정 비율만큼 전기자동차를 판매해야 한다'는 규제인데 HEV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세가 HEV에서 PHEV, EV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 ▲ BMW의 대표 PHEV 모델 i8. ⓒ삼성SDI
    ▲ BMW의 대표 PHEV 모델 i8. ⓒ삼성SDI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며 배터리는 외부전원(Plug)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한 전기자동차다.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전기로 주행하다가 충전한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화석연료 엔진으로 움직이는데, 통상 40~50km의 거리를 전기로 주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탄소 제로의 대안은 아니지만 화석연료 자동차에서 EV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면 된다. 아직 EV의 주행거리 한계가 있는 만큼 그 단점을 보완하면서 연비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 BMW의 대표 PHEV 모델 i8. ⓒ삼성SDI
    ▲ BMW의 대표 PHEV 모델 i8. ⓒ삼성SDI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 BMW i8의 경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최고출력 362마력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연비는 47.6km/ℓ로 기존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준을 보이며 한 번 충전으로 6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리튬 이온 고전압 배터리는 일반 가정용 220V 전원과 BMW i 월박스(BMW i Wallbox), 공공 충전소 등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충전시간은 220V 플러그를 사용할 경우 약 2.5~4시간, 월박스를 사용할 경우에는 약 2시간이 걸린다. 배터리를 완전히 사용한 후에는 내연기관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BMW 그룹 최초의 PHEV 스포츠카인 i8은 지난해 5월부터 유럽 판매를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올 5월부터 예약자들에게 출고를 시작한다. 특히 i8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한류스타 김수현 등이 구매 예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1억9990만원(세금 포함)이다. 

    이처럼 PHEV는 소비자 편의, 주행거리, 인프라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어 향후 가장 많이 사용될 전기자동차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EV (Electric Vehicle), 순수 전기자동차

  • ▲ BMW i3는 엔진룸이 있던 보닛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삼성SDI
    ▲ BMW i3는 엔진룸이 있던 보닛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삼성SDI

    순수 전기자동차(EV)는 화석연료(가솔린,디젤) 엔진 없이 배터리를 통한 전기에너지만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로 사실상 전자제품에 더 가까운 형태다. 충전된 전기에너지만으로 구동돼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내연기관이 필요 없고 전기모터만 장착하면 되기 때문에 자동차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앞쪽의 엔진룸도 없어 그 공간을 활용해 기존 상식과는 다른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와 달리 소음이 없다. 전기자동차를 처음 운전해보면 '부릉부릉' 하는 엔진 소리가 없어서 시동이 걸렸는지, 차가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전기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부러 엔진 소리가 나도록 효과음을 넣기도 한다. 

  • ▲ 차체 하부에 탑재된 배터리 이미지 BMW i3에는 배터리 셀 96개가 들어간다. ⓒ삼성SDI
    ▲ 차체 하부에 탑재된 배터리 이미지 BMW i3에는 배터리 셀 96개가 들어간다. ⓒ삼성SDI


    EV는 배터리만으로 자동차를 구동하므로 배터리 성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 기술력으로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60km를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SDI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바 있듯이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를 개발 중에 있으며 머지 않아 상용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업체들이 순수전기자동차에 대해 큰 관심을 두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기차가 전자제품과 더 가까워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제품인만큼 기술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섣불리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전기자동차 성장세가 더욱 빨라지고 수요가 큰 폭으로 늘 경우를 대비해 많은 전자업체들이 이미 대내외적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스터디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만4455대로 전년 동기(1만4512대) 대비 68.5%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B3와 IHS에 따르면 HEV는 지난해 출하량 180만대에서 2020년 470만대로 2.6배로 늘어나는 반면 PHEV는 10만대에서 170만대로 17배, EV는 20만대에서 130만대로 6.5배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