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홈쇼핑들의 잔혹사가 시작됐다. 부메랑이 된 갑질의 대가는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퇴출심사와 사정한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홈쇼핑들의 잔혹사가 시작됐다. 부메랑이 된 갑질의 대가는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퇴출심사와 사정한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홈쇼핑업계가 혹독한 갑질의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29일 6개 TV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최초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했다. 매출액의 2%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납품 대금 등을 근거로 과징금을 산정하기 위함이다.

     

    곧바로 제재 내용을 통보받은 미래창조과학부는 다음달 실시예정인 홈쇼핑사 재승인 심사에 이를 반영한다. 특정 평가 항목의 기준 점수 미달시 재승인을 해주지 않는 과락제를 시행하기로 해 홈쇼핑들이 퇴출 공포에 떨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공정위, 미래부와 더불어 범정부 TF를 꾸린 중기청은 중소납품업자들을 대상으로 홈쇼핑 갑질행위를 제보받고 있다. 사안이 중할 경우 공정위에 추가 신고하거나 '의무고발요청제'를 발동해 검찰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도 '갑질'을 부정부패로 못박고 있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달 초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구조적 부정부패로 단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와 함께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신설했다. 비록 공정위가 이번 홈쇼핑사 제재에서 고발대상이 되는 법위반 행위 유형이 아니라며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지만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 ▲ 홈쇼핑들의 갑질은 공정위 전수조사에서도 낱낱이 드러났다.ⓒ뉴데일리 DB
    ▲ 홈쇼핑들의 갑질은 공정위 전수조사에서도 낱낱이 드러났다.ⓒ뉴데일리 DB


    ◇ 공정위 전수조사 결과...역시 갑질 종합선물세트

     

    공정위 조사결과  TV홈쇼핑사의 횡포는 '비리종합선물세트'로 불릴 만큼 광범위했다.

     

    홈쇼핑들은 방송을 전제로 부당한 이익제공을 요구하거나, 방송사간 강제변경 및 일방적 취소, 부당한 추가비용 강요, 불분명한 계약 등의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왔다. 방송시작 후 2시간 이내 주문에 대한 사은품 비용 등 판매촉진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거나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없이 구두로 발주하는 행위 등이 다반사였다.

     

    일방적인 방송 취소나 특정 택배업체 이용 강요, ARS나 모바일 할인비용 전가는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횡포는 정액제다. 홈쇼핑들은 판매 부진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자 판매량에 상관없이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정액제를 강요해 왔다. 홈쇼핑 퇴진임원들이 운영하는 빅벤더를 경유하는 통행세도 내야했고 황금시간대를 배정받기 위한 MD 등에 대한 접대와 향응제공은 기본이었다.

     

    6개 홈쇼핑 전부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은 △CJO 46억2600만원 △롯데 37억4200만원 △GS 29억9000만원 △현대 16억8400만원 △홈앤쇼핑 9억3600만원 △NS 3억9000만원 순이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홈쇼핑 분야의 불공정행위 심사지침'도 제정하기로 했다.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과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지침, 납품업자 등의 종업원 파견 및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이 포함된다.

     

  • ▲ 홈쇼핑 법 위반 행위ⓒ자료=공정위
    ▲ 홈쇼핑 법 위반 행위ⓒ자료=공정위

  • ▲ 홈쇼핑 법 위반 행위ⓒ자료=공정위

     

    ◇ 퇴출 가시방석...미래부 재승인 심사

     

    미래부는 다음달 재승인 심사에서 협력업체에 이른바 갑질을 해 온 업체를 탈락시킬 수 있는 과락제를 도입키로 했다. 재승인 조건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이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제까지는 총점으로 탈락을 결정했기 때문에 사실상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과락제가 도입되면 재승인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미래부는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불공정행위와 범죄행위를 평가하는 항목을 별도로 분류하고 배점 50%를 넘기지 못할 경우 과락시키는 방법으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도 기존에 비해 2배 이상 높였다. 올해 재승인을 앞두고 있는 업체는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등 모두 3곳이다.


    ◇ 사정풍 불까...'전전긍긍'

     

    TV홈쇼핑업계가 공정위 제재 이후 불어닥칠 후폭풍에 숨죽이고 있다. 비록 이번에 검찰고발을 면했지만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의 불공정거래 행위 사례를 모으고 있는 중기청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정위 추가신고나 전속고발요청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검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TV홈쇼핑과 관련한 검찰 고발건이 접수되면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나설 것"이라며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 2월 공식 취임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갑의 횡포'에 대한 수사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박 지검장은 남양유업과 국순당의 '갑질' 사건을 직접 예로 들면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구조적 부정부패로 단정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는 "중대한 불공정거래 사건일 경우 고발요청권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각 검사장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