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사용 따른 눈 피로 영향 실증자료 및 기준 내 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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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VR.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오랜 시간 들여다본 뒤 눈앞이 침침해지는 불편함을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것이다.
최근 게임이나 영화를 볼 때 생동감을 극대화시켜주는 '가상현실' 기기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눈의 피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기들 가운데 사용자 눈까지 걱정해주는 '따뜻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T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현실 기기들이 빠르게 우리 삶을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어VR로 모바일 가상체험 시장을 연 데 이어 LG전자와 소니, 구글도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니의 경우 이미 머리에 쓰는 '3D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들 제품을 착용하면 영화관과 같은 초대형 화면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실제 게임 속 주인공이 돼 적과 싸우는 말 그대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스탠드마케츠'은 최근 가상체험 콘텐트 시장이 올해 6억7200만 달러(약 7400억원)에서 2020년 15억8800만 달러(약 1조7500억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비해 사용자 건강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일부 가상현실 기기는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헤드셋처럼 머리에 쓰도록 돼 있다. 눈과 스마트폰 사이 거리는 불과 한 뼘 거리도 안 된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은 이 시간 동안 사실상 혹사를 당하게 된다.
눈이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고정된 거리에서 오랫동안 눈 속 수정체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 근육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지 못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나마 개방된 공간이라면 한 번씩 먼 곳을 쳐다보며 근육을 풀어줄 수 있지만 가상현실 기기의 경우 눈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 제품은 이 같은 위험에 대해 알리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가상현실 기기가 눈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실증자료를 산출해 상관관계를 캐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장시간 사용 시 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한편 기기별로 안전성 점검을 거치도록 별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전파인증 외 가상현실 기기를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빛이 강한 기기를 오랫동안 쓰게 되면 눈의 피로가 심해지는 건 당연하다"며 "제품 개발과 안정성 확보는 비슷한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가상현실 기기가 상용화 단계에 완전히 도달한 상태가 아니다보니 의학적인 부분까진 고려하긴 어려운 것 같다"며 "서둘러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